인사청문회를 거쳐 한국은행 총재를 임명하는 내용의 한국은행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가능성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의원 과반수가 찬성하고 여론의 지지도 받고 있지만, 여권의 내부 갈등으로 상임위 상정이 잇따라 지연되고 있는데다가 본회의 투표에 부쳐진다고 해도 한나라당 지도부의 반대로 부결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2일 한국은행과 국회에 따르면 이달 5일 강봉균 의원(민주당)이 대표 발의한 한은법 개정안의 처리가 계속 늦춰지고 있다. 4월1일 부임하는 차기 총재에 대한 청문회를 열기 위해서는 다음달 2일 끝나는 임시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돼야 하는데, 19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의결 정족수가 모자라 개정안이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개정안이 새로운 법률이 되려면 ‘상임위 전체회의 상정→법안심사 소위원회 논의→전체회의 의결→법제사법위원회 검토→본회의 의결’ 등 5단계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국회 폐회를 8일 앞둔 시점에서 1단계 관문도 통과하지 않은 것이다.
물론 관련법 통과에 주력하는 민주당 주장대로 일정을 단축하면 3월2일 이전 본회의 표결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23일 예정된 법안심사 소위에 앞서 민주당 제안대로 전체회의가 열리고, 여기서 개정안을 상정한 후 바로 소위에서 논의를 하면 빠듯하지만 일정을 맞출 수 있다. 24일 예정된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서 의결하고 법제사법위원회가 협조해 법안을 처리해 줄 경우 이르면 삼일절 연휴가 시작되는 26일 이전에도 본회의 회부가 가능하다.
이와 관련, 민주당 오제세 의원실 관계자는 “두 법안 모두 사안이 매우 시급한 만큼 위원장과 한나라당 간사에게 유연한 일정을 적용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경우 원칙적으로 한은 총재의 인사청문회 방안에 찬성 의견을 표시한 의원들도 민주당만큼 적극적이지는 않은 상황이다. 요컨대 한은법 개정안을 ‘일사천리’로 본회의에 올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한 상황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기획재정위 소속 의원들이 전격적으로 합의해 본회의에 개정안을 올리더라도, 전체 표결에서 부결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 인사가 한은 총재 후보가 될 경우,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의 정치적 공세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한은 총재 후보에 대한 청문회에 반대한다”고 밝힌 상태다.
국회 관계자도 “기획재정위 소속은 물론이고 한나라당 의원 가운데 상당수가 지도부 의견과 다른 행태를 보이면 본회의 표결에서 개정안이 통과되겠지만, 집단 반란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차기 한은 총재에 대한 3월말 국회 청문회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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