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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기 기자의 Cine Mania] 고전의 매력 반감시키는 '3D 영화' 재제작 바람

입력
2010.02.22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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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츠 랑 감독의 1927년 독일 영화 '메트로폴리스'는 SF영화의 고전 중 고전이다. 마천루 위를 나는 자동차 모양의 비행체는 미래 도시를 배경으로 한 수많은 SF영화의 본보기가 됐다. 3만여명이 출연한, 시대를 앞서간 대작이지만 무성 흑백영화다. 그러나 운 나쁘게도 이 역사적 명작을 컬러로 처음 접한 기억을 지니고 있다.

1980년대 한때 할리우드는 흑백영화 색깔 입히기에 몰두했다. 옛날 영화에 새롭게 색을 가미할 수 있는 기술이 발명되면서 여러 흑백필름이 화사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사람들은 젊은 시절 찰리 채플린의 홍조 띤 얼굴 등을 마술이라도 접한 양 신기하게 바라봤다.

1984년 '메트로폴리스'도 작업실로 불려 나왔다. 이탈리아 출신 작곡가 조르지오 모르더의 손에 의해서였다. 필름에 색색 화장을 하고, 별도로 작곡된 현대 음악이 장신구처럼 따라붙었다. 88올림픽 주제가 '손에 손잡고'를 작곡하고, 'Flash Dance… What A Feeling'과 'Take My Breath Away'로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주제가상을 받은 유명 작곡가가 주도한 작업이었으나 '메트로폴리스'의 고유한 예술적 가치는 많이 훼손된 듯했다. 그가 작곡한 배경음악은 SF의 감성을 고조시키지만 알록달록한 몰개성의 색감은 흑백필름이 지닌 매력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아바타'의 흥행 열풍이 지난 영화들의 3D 재제작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타이타닉'과 '매트릭스' '스타워즈' 시리즈 등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고, '반지의 제왕' 시리즈도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험프리 보가트와 잉그리드 버그만이 주연한 '카사블랑카'(1942)의 그 유명한 공항 이별 장면도 최근 3D로 새롭게 만들어졌다고 한다. 네티즌들 사이에선 3D로 다시 제작됐을 때 가장 보고 싶은 영화가 무엇인지가 화제거리다.

도구가 달라지면 표현 방법도 바뀌고 내용에도 영향을 주기 마련이다. 영화는 2차원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갖가지 표현 장치들을 만들었고, 결국 관객들의 마음을 훔치는 데 성공했다. 2차원이라는 속성에 맞춰 만들어진 영화가 3D로 옮겨갈 경우 본래 갖고 있던 예술적 정체성은 사라질 수 밖에 없다.

여러 입체음향이 귀를 홀리는 21세기에도 비틀스의 모노 음반들이 더 사랑받는 이유는 따로 있을 것이다. 김정희의 '세한도'가 초라해 보인다며 색깔을 입히고 나무 한 그루를 더 그리려는 시도를 그 누구도 하지 않는다. 아무리 3D가 대세라지만 추억의 영화까지 굳이 3D로 덧칠할 필요가 있을까.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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