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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기부… 선동·협박… 탈레반 혐의자 '이중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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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기부… 선동·협박… 탈레반 혐의자 '이중생활'

입력
2010.02.22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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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탈레반 활동을 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파키스탄인 A(31ㆍ구속)씨(한국일보 2월20일 1, 8면, 22일 12면)가 6년여 간 이슬람 성직자로서 적극적인 사회봉사 활동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는 A씨가 이슬람 유학생들에게 지하드(성전ㆍ聖戰)를 선동했다는 등 참고인들의 진술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어서 수사결과가 주목된다.

22일 경찰과 대구 U이슬람사원 등에 따르면 A씨는 대구에서 가장 큰 이슬람사원의 유일한 성직자(이맘)로 기부 등 사회봉사에 앞장섰고, 사업수완도 뛰어나 지역 이슬람공동체에서 영향력이 컸다. 사실상 대구지역의 '무슬림 대부' 역할을 해왔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2008년 설립한 한국이슬람복지재단을 통해 지난해 2월 팔레스타인 난민 돕기 성금 2,000만원을 모아 대구 적십자사에 전달했고, 올 1월에는 아이티 난민 돕기 친선축구대회를 열어 모금한 1,000만원을 기부했다. 2005년 파키스탄 강진 때도 성금 1,000만원을 냈다. 이 재단은 파키스탄 이집트 방글라데시 등 6개국 5,000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A씨는 파키스탄-한국 친선교류회장도 맡고 있다. 그는 2007년 파키스탄의 광복절(8월14일)이 한국 인도네시아와 비슷하다는 점을 들어 3국 모임을 제안했고, 해마다 관련행사를 하고 있다. 2008년 행사엔 주한 파키스탄 대사, 무역협회 대구경북본부장 등 기업인 100여명이 참석할 만큼 성대했다.

이슬람의 이맘은 다른 종교 성직자와 달리 직업을 가질 수 있어 그는 2003년부터 건설기계 수출로 큰 돈을 벌었고 국내 기업인과도 유대를 맺었다. 신자들은 "무슬림들의 기부도 있었지만 이맘의 사업이 잘돼서 3년 만에 3층짜리 예배당(시가 7억원)을 지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부 신자들은 그의 탈레반 활동 혐의에 대해 "반대파의 음해"라고 말하는 등 그를 전적으로 믿고 있다. 주변 이슬람센터의 한 이맘은 "A씨와 3년간 같이 지냈는데 학식이 풍부하고 좋은 사람이었다"고 평했다.

그러나 참고인 진술 등 경찰 조사에서 드러난 A씨의 행적은 이런 겉모습과 딴판이다. 그는 돈 문제에 깊숙이 개입하는가 하면, 반대파를 협박하고 밀수출 사건에 연루돼 조사를 받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5월22일 A씨는 지인이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하자 직접 전화를 걸어 채무자를 협박했다. 당시 "나는 한국에 탈레반을 위한 일을 하기 위해 서약까지 하고 입국했다"는 A씨의 발언이 녹음된 통화내용은 경찰이 확보한 상태다. A씨는 "겁을 주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경찰에 해명했다.

심지어 A씨와 종파 갈등을 빚은 파키스탄인 K씨는 지난해 8월 "A씨가 탈레반임을 강조하며 나를 죽이겠다는 협박도 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지난해 2월엔 파키스탄인 등 60여명이 1,000억원 상당의 중장비 330대를 해외로 빼돌린 사건에 개입한 정황이 포착돼 경찰조사를 받았지만 뚜렷한 물증과 진술이 없어 무혐의 처리됐다.

한편, 법무부는 A씨가 친형(36) 여권으로 신분을 위장하고 17차례나 국내를 드나든 것과 관련, "다른 사람의 인적사항에 본인 사진을 붙여 정상발급 받은 위명(僞名)여권은 현 시스템으로는 적발이 불가능하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지문확인제도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대구=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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