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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서울대 자연대, 청소년 자연과학 공개 강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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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서울대 자연대, 청소년 자연과학 공개 강좌

입력
2010.02.22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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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워지는 지구, 녹색기술로 구하라"

한국일보와 서울대 자연대가 주최하고 포스코가 협찬한 '제17회 청소년을 위한 자연과학 공개강좌'가 22일 서울대 문화관 대강당에서 전국 초ㆍ중ㆍ고교생과 일반인 1,8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번 강연은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알아보고, 온실가스와 환경오염을 줄이는 녹색기술의 미래를 고민하는 내용으로 진행됐다.

서울대 자연대 교수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강연진은 "화석연료의 과도한 사용으로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하고 있다"고 경고하면서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강연자들은 에너지와 환경문제 등 여러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대체에너지 기술을 소개하면서 기초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아름다운 지구 해치지 마세요

'아름다운 지구'를 주제로 강연한 김경렬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45억년 동안의 지구 변화를 설명하며 "지구 온난화는 명백한 사실이며 지구가 45억년의 역사를 통틀어 유례 없는 빠른 속도로 더워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특히 스웨덴 화학자 아레니우스의 계산을 소개하며 탄소 배출 증가에 따른 빠른 지구온난화를 경고했다. 아레니우스는 1897년 '대기 중 탄산가스 농도가 두 배로 증가하면 지구 평균온도가 5~6도 상승한다'고 발표했다. 1997년 기준으로 각국의 한해 평균 탄산가스 배출량은 미국 5.6톤, 독일 2.9톤, 한국 2.6톤, 대만 2.4톤, 프랑스 1.7톤이다.

탄산가스가 배출되는 경로로는 ▦석탄과 석유를 이용한 전력 생산과정 ▦사회적인 기반 구축과 공공활동, 산업활동 ▦개개인의 생활활동 등이 꼽혔다. 김 교수는 "지구가 처한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대체에너지 개발뿐만 아니라 각 개인의 에너지 절약 실천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연에서 배워 에너지 얻어요

김희준 서울대 화학부 교수는 대체에너지 개발을 위해서는 자연의 원리를 더욱 깊이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인류가 산소를 발견하고 산화철에서 산소를 떼어내는 작업을 통해 철기문명을 발전시켰는데, 앞으로는 기후변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어떤 원소 결합 원리를 이용해야 하는지를 연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원용 포항공대 환경공학부 교수는 대체에너지의 하나로 수소연료전지를 소개했다. 수소와 산소가 반응하는 과정에서 에너지가 생성되는 전지인데, 부산물이 물밖에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에너지 소비의 결과로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가스가 나오지 않고 순수한 물만 남기 때문에 환경친화적인 발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물을 분해해서 수소를 만들어 내는 기술 중 광촉매를 이용한 기술은 전환 효율이 낮아 연구단계에 머물러 있고 효과적인 수소 저장 방법 개발도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지화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는 대표적인 녹색기술인 지열, 풍력, 바이오에너지 등 신 재생에너지 기술과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 등을 소개했다. 이산화탄소 포집이란 배출가스에서 곧바로 이산화탄소를 분리해서 적절한 장소에 영구적으로 저장하는 기술을 말한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배기가스에서 습식이나 건식 흡착제를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분리하는 방식이다. 이 교수는 "한국은 2000년 기준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율이 OECD회원국 중 1위에 달한다"며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 꾸준한 녹색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혜영 기자 shine@hk.co.kr

■ 지방서 전세버스 수십대… "한국일보 보고 딸·조카 여섯 함께와"

겨울방학 동안 발길이 뜸했던 서울대 관악캠퍼스가 22일 자연대 공개강연으로 모처럼 활기를 띠었다. 전세버스 수십여대가 오전 11시께부터 주차장을 가득 메웠다. 대부분 지방에서 올라온 참가 학생들은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캠퍼스 곳곳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둘러봤다. 강연을 30분 앞둔 오후 1시부터 삼삼오오 짝을 이룬 학생들이 행사장인 문화관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서울대에 따르면 올해 강연참가자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1,800여명. 전국 51개 학교에서 단체 신청해 참가한 학생과 교사도 930여명이었다. 이달 1~6일에 인터넷 신청을 하고도 공간 제한으로 기회를 놓친 700여명을 감안하면 참가열기가 지난해보다 뜨거웠던 셈이다.

개인자격으로 수강신청을 한 870여명 가운데 상당수는 가족단위 참가자였다. 초등학생 딸과 지방에 사는 조카 여섯을 데리고 강연에 온 정연승(40)씨는 "한국일보를 보다가 아이들에게 좋은 강연일 것으로 생각돼 친가와 외가의 또래 아이들을 다 데려왔다"며 "과학기술센터 청소년 특강으로 유명한 김희준 교수님 강연이 특히 기대된다"고 말했다.

청소년 수강생을 대상으로 한 강의라는 점을 고려해 강연에 나선 교수들도 어려운 학술용어보다는 흥미로운 시각물과 유머로 녹색과학에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했다.

김청환 기자 chk@hk.co.kr

■ 이종섭 서울대 자연대 학장

"빌 게이츠는 최근 지구온난화를 막으려면 '에너지 기적'이 필요하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테라파워(terrapowerㆍ원전의 우라늄 폐기물을 활용해 에너지를 만드는 실험적 기술) 같은 혁신적 과학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재개하겠다고 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죠. 우리 청소년들에게 환경과 경제성장은 더 이상 대립적 개념이 아니라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인식시켜주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종섭(사진) 서울대 자연과학대 학장은 22일 '청소년을 위한 제11회 자연과학 공개강연-녹색사회를 위한 과학기술'에 앞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번 행사에 대한 기대를 이렇게 나타냈다.

경제효율을 중심에 두고 환경은 부수요인으로 생각했던 과거와 달리 환경 중심의 경제성장으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으며 이런 패러다임의 변화를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을 중심으로 따라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학장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남태평양의 섬이 물에 잠기는 것과 해수 온난화로 인한 어류 유동(流動)에서 보듯이 환경 변화는 우리 삶에 직결된다"며 "하나밖에 없는 지구에서 환경은 곧 삶"이라고 말했다.

이 학장은 중화학ㆍ전자 등의 주력산업 육성으로 고도의 경제성장을 달성해온 우리나라가 기존 경제성장 패러다임의 한계를 극복하고 환경친화적 저탄소형 경제구조로 전환해 경쟁우위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최근의 저성장 국면을 타개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늦기 전에 환경보전이 경제성장의 장애라는 낡은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으면 발전은커녕 생존 자체가 어려워진다"고 주장했다.

이 학장은 올해 청소년을 위한 자연과학 공개강연의 주제를 '녹색사회를 위한 과학기술'로 정한 이유도 왜 우리에게 녹색성장이 중요한가를 강조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 평균기온 상승률은 세계 평균 수준을 크게 상회하고 있으며, 여름철에는 집중호우와 고온현상이 반복되고 겨울은 짧아지고 있다"며 "에너지 97%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에서 글로벌 자원 고갈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녹색성장에 대한 연구와 투자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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