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여성들이 북한을 탈출해 한국사회에 정착하기까지 겪었던 인권유린의 비참한 실상이 국가기관의 조사를 통해 처음으로 드러났다.
22일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북한여성의 탈북 및 정착과정에 있어서 인권침해 실태조사'결과에 따르면 탈북여성 대부분은 중국 등 제3국 체류 중 간병인 식모 등 현지인이 꺼리는 허드렛일을 하면서 저임금과 상습체불 등 노동착취 대상으로 전락했다. 또 국경통과 과정에 국경수비대에 성적 대가를 제공해야 했거나 탈북브로커가 성매매 업소나 반강제적 결혼형태로 중국남성에 팔아 넘기는 인신매매도 빈번하게 일어났다.
특히 중국에 머문 탈북여성들은 일자리 제공명목으로 중국관리나 중간관리자로부터 '세금 상납'이나 '성 상납'을 요구당한 경우가 많았다. 탈북 후 중국 창춘의 양조장에서 일했던 A씨는 "중국 공안이 북한으로 후송한다고 엄포를 놔 매일 200위안(한화 3만원)을 상납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이들 탈북여성들은 '언제 북한으로 소환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이를 감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태국과 캄보디아, 몽골을 통해 국내로 입국한 북한여성들은 수용소 생활과정에 사실상 죄수로 취급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3국의 수용시설에 체류했던 B씨는 "밤 10시가 되면 모든 출입문을 닫아 화장실을 갈 수 없었다"며 "아침에 휴지통에 배설한 게 들통나 경비원에게 두들겨 맞는 일이 허다했다"고 말했다. 또 수용소 내에서 자기공간 확보를 위해 뒷돈을 줘야 하며 자리를 살 때까지 화장실에서 지낸 경우도 있었다.
국내 정착과정에서도 인권침해 상황은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 이들 대부분이 탈북자 신분 때문에 취업을 거부당한 경험을 했으며 이 때문에 '조선족'으로 소개하는 방안을 택하기도 했다. 당국의 형식적인 적응교육과 제도적, 금전적 지원부재 등으로 부당노동행위나 사기 피해를 겪는 일도 심심치 않게 일어났다.
한편 이들은 1990년대 이후 심화한 북한의 경제난으로 탈북을 결심했으며 4분의 1가량은 가족 중에 굶어 죽은 경험을 갖고 있었다. 또 생계의 어려움과 충분한 산전ㆍ산후 조리를 할 수 없는 여건 때문에 북한 내에서 약물주사 등을 통한 낙태가 공공연하다고 증언했다.
박은성 기자 eps7@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