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발표 이후인 지난달 하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 수정안 설명과 상의를 위한 면담을 제안했으나 박 전 대표가 거절한 것으로 22일 알려졌다.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상의하기 위해 박 전 대표에게 연락을 했는데 박 전 대표는 '수정안에 대해 또 말할 텐데 그러면 만날 필요가 없다'고 해서 만나지 못했다는 얘기를 대통령으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고 정미경 대변인이 전했다.
정 대표는 " '지난해 9월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독대한 뒤 다시 만나 상의하기로 했는데 정운찬 총리를 앞세워 이렇게 (수정안을 추진)하는 것은 약속을 어기는 것 아니냐'는 허태열 최고위원의 지적을 이 대통령에게 전하자 대통령이 답변한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친박계 유정복 의원은 "주호영 특임장관이 지난 4일 의원회관 사무실로 박 전 대표를 찾아와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를 만났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당시 주 장관에게 "세종시 문제에서는 입장 차이가 분명한데 그냥 만나기만 하면 의견 차이만 확인하고 부정적 얘기만 나오게 돼 안 만나느니만 못한 것이 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고 유 의원은 전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22일 세종시 문제 논의를 위한 첫 의원총회를 개최, 끝장토론에 돌입했으나 처음부터 친이계와 친박계가 정면 충돌했다.
이날 의총에서 친이계와 친박계는 각각 세종시 수정안과 원안 입장을 고수하며 상대방을 비난해 앞으로 토론 및 표결 과정이 험로가 될 것임을 예고했다. 한나라당은 26일까지 매일 의총을 열어 토론을 계속할 방침이어서 두 계파 간 세종시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주류인 친이계는 끝장토론 이후 늦어도 3월 중순까지 120표를 확보, 세종시 당론 변경(의결 정족수 113표 찬성)을 위한 의총 표결을 시도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지만 친박계는 표결 불참 등의 방법으로 강력 저지할 방침이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의총에 불참했다.
이날 의총에서 친이계 김영우 의원은 "세종시 문제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재미 봤다'고 말할 정도로 정치적 계산에서 출발한 것"이라며 "잘못됐는데도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신념만으로는 잘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친박계 유정복 의원은 "원안대로 가면 세종시가 거덜나고 나라가 망한다느니 하는 거짓으로 국민들을 속여서는 안 된다"며 "수정안은 국회 국토해양위를 통과하기도 어렵다"고 반박했다.
정녹용기자
김회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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