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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바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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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바다가

입력
2010.02.22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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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바다가 걸어왔네

나는 바다를 맞아 가득 잡으려 하네

손이 없네 손을 어디엔가 두고 왔네

그 어디인가, 아는 사람 집에 두고 왔네

손이 없어서 잡지 못하고 울려고 하네

눈이 없네

눈을 어디엔가 두고 왔네

그 어디인가, 아는 사람 집에 두고 왔네

바다가 안기지 못하고 서성인다 돌아선다

가지 마라 가지 마라, 하고 싶다

혀가 없다 그 어디인가

아는 사람 집 그 집에 다 두고 왔다

글썽이고 싶네 검게 반짝이고 싶었네

그러나 아는 사람 집에 다, 다,

두고 왔네

● 우수가 지나고 나니, 우수는 벌써 오래 전에 지난 것처럼, 시치미 뚝 떼고 낮이 따뜻해지더군요. 봄도 오고, 이제 또 여름도 오겠구나. 누군가 말했어요. 부엌 찬장 속에 든 우전차들, 벌써 몇 해째 거기 들어 있던 유통기한 지난 우전차들, 우수 지나서 모두 버렸습니다. 우전이라는 말을 선사라는 말처럼 들리게 만드는 따뜻한 봄볕이 정원에 가득했습니다. 겨우내 그토록 따뜻한 햇살을 그리워했는데, 갑자기 온몸에 햇살을 받으니 아차차, 어딘가에 뭘 놔두고 온 것만 같은, 그런 생각이 듭니다. 어딘가에, 시인의 말이 맞다면, 아마도 아는 사람 집에, 뭔가를, 나만의 것이었던 뭔가를 놔두고 온 것처럼, 상실감을 느끼게 하는 그런 봄볕이더군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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