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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꿀 수 없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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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꿀 수 없는 꿈

입력
2010.02.22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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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강이라면/ 나는 그 곁 키 큰 미루나무 되리/ 미루나무 아니면 이파리 흔들고 가는 바람/ 바람 아니면 떠 있는 뭉게구름 되리/ 강물 같은 사람아/ 우리 이대로 멈추어 서서 여기 살자/ 강촌에 살자’

오래 전에 발표한 ‘강촌에 살자’라는 시의 끝부분이다. 시처럼 나는 강촌에 살고 싶은 꿈이 있었다. 어린시절 아버지 손을 잡고 할아버지 댁을 오가며 낙동강을 처음 보았다. 기차가 삼랑진 철교를 건너 원동, 물금역으로 달려가면 가까워졌다 멀어졌다 하는 푸른 낙동강과 평화로운 강촌의 풍경에서 꿈의 첫 씨앗이 뿌려졌나 보다. 중학생이 되어 국어시간에 소월의 시 ‘엄마야 누나야’를 배우며 내가 살고 싶은 강촌이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같은 곳이라는 것을 꿈꾸게 되었다.

음치지만 나에게도 애창곡이 있다. 그 중의 하나가 나훈아의 히트곡 ‘강촌에 살고 싶네’다. 학창시절부터 눈을 지그시 감고 그 노래를 즐겨 불렀다. ‘냇가에 늘어진 버드나무 아래서 조용히 살고파라 강촌에 살고 싶네’라는 가사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내 가슴을 뛰게 한다. 낙동강변 매화 피는 마을에 봄이 온다기에 마중 갔다 마구 파헤쳐 상처 같은 강변 풍경을 보았다. 낙동강 살리기 사업이 시작됐다고 한다. 아프다. 이제 더 이상 강촌에 살고 싶다는 내 꿈은 꿀 수 없는 꿈인 것 같다.

시인 정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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