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출전을 위해 국적까지 바꿨다."
운동 선수라면 누구나 세계 최고의 무대인 올림픽에서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쳐보고 싶은 꿈을 갖고 있다. 운동을 시작하면서부터 '꼭 한번 밟고 싶었던' 꿈의 무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국을 위해 올림픽에 나설 수 있는 각국의 대표 선발전은 녹록치 않다. '낙타가 바늘 구멍을 뚫는 것'보다 어렵다. 두터운 선수층을 보유한 스포츠 강국일수록 더욱 그렇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배신자'라는 일부의 비난이 두렵긴 하지만 올림픽 출전만큼은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 국적을 바꾼 선수들의 '아름다운 도전'이 잔잔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19일(한국시간) 캐나다 휘슬러 올림픽 파크에서 열린 바이애슬론 여자 15㎞ 개인전. 카자흐스탄 대표로 나서 은메달을 목에 건 엘레나 크루스탈레바(41분13초5)의 원래 국적은 러시아다. 2006년 러시아 학생이었던 크루스탈레바는 러시아 대표로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판단해 벨로루시로 국적을 바꿨다. 이번 대회에는 다시 카자흐스탄 대표로 국적을 바꾼 끝에 당당히 시상대 위에 올랐다.
크루스탈레바처럼 메달을 따지는 못했지만 대회 슬로건인 '뜨거운 가슴으로(With Glowing Hearts)'처럼 도전 자체에 감격해 하는 선수들도 있다.
16일 피겨 페어 프리스케이팅이 열린 피시픽 콜리시엄. 프랑스 피겨 페어 팀인 바네사 제임스와 야닉 보누르의 연기가 끝나자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20위 가운데 14위(145.10점)에 그쳤지만 사상 첫 흑인 페어 커플의 올림픽 데뷔를 축하하는 찬사였다. 2006년 피겨 여자 싱글 영국 챔피언이기도 한 제임스가 페어로 전환한 뒤 파트너를 구하지 못하자 그의 친척이 피겨 파트너 찾기 전문사이트인 '아이스 파트너 서치닷컴(icepartnersearch.com)'에 글을 올렸고, 두 사람은 2007년 12월 '은반 위의 짝'이 됐다. 영국인인 제임스는 지난해 프랑스로 국적을 바꿨다.
미국인 3남매가 일본과 그루지야 대표로 나선 것도 화제다. 누나 캐시 리드와 남동생 크리스 리드는 일본 대표로, 막내 여동생 앨리슨 리드는 그루지야 대표로 각각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싱에 출전했다. 캐시와 크리스는 워낙 선수층이 두꺼워 미국 대표팀이 될 수 없었고, 앨리슨은 함께 뛸 남자 짝이 희귀한 종목의 특성 탓에 연고도 없던 그루지야 국기를 가슴에 달게 됐다.
김종한 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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