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하키 플레이스에 도착하기까지는 생각보다 훨씬 오래 걸렸습니다. 메인프레스센터에서 차로 몇 분이면 닿는 곳이었지만, 22일(한국시간)에는 여느 때보다 2,3배는 더 걸렸습니다. 캐나다와 미국의 밴쿠버동계올림픽 아이스하키 '전쟁'이 열리는 날이었기 때문이죠. 두 나라의 자존심을 건 라이벌전. 암표값은 최고 1만달러(약 1,100만원)까지 치솟았습니다.
경기장까지 데려다 주는 셔틀버스에 오르기까지 두 겹, 세 겹의 검문을 거쳐야 했습니다. 경기장 입구에서는 대형 거울이 버스 바닥을 훑었고, 폭발물 탐지기도 동원됐습니다.
경기장에 들어서자 가슴이 '뻥'. 1만9,300석이 온통 붉은 물결로 차고 넘쳤고, 경기장을 찾은 캐나다 아이스하키 영웅 웨인 그레츠키가 전광판에 나타나자 경기 전 분위기는 최고조로 달아올랐습니다. 미국에 프로풋볼(NFL), 영국에 프리미어리그가 있다면 캐나다는 아이스하키죠.
경기장에 온 관중 대부분은 캐나다팀 유니폼을 똑같이 입고 응원했습니다. 걸음도 못 뗀 아기부터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한 팀이 됐습니다. 순간 2002년 한일월드컵이 오버랩 되더군요. '레츠 고 캐나다 레츠고' 구호 이후 들리는 박수의 박자도 비슷했고요.
1피리어드가 끝나자 관중 중 한 커플이 전광판에 등장해 수줍게 웃더니 이내 입을 맞추네요. 이른바 '키스타임'. 역시나 국내프로야구에서 많이 봐왔던 장면이죠. 시계를 볼 틈도 없이 경기에 빠져들 무렵 그나마 비어있던 복도까지 관중으로 넘쳐납니다. 웬일일까 물어보니 경기가 막바지에 이르면 싼값에 입장할 수 있다네요. 프로야구의 7회 이후 무료입장 서비스를 떠올립니다.
양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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