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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나의 마지막 장편소설' 프랑스 중위의 여자 작가 청년기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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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나의 마지막 장편소설' 프랑스 중위의 여자 작가 청년기 고백

입력
2010.02.21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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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파울즈 지음ㆍ이종인 옮김열린책들 발행ㆍ전 2권ㆍ각 권 1만5,000원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을 배경으로 한 사랑 이야기로, 2005년 타임 지가 선정한 '20세기 100대 영문 소설'로 꼽힌 <프랑스 중위의 여자> 의 작가 존 파울즈(1926~2005ㆍ사진)의 일기다. 파울즈는 1949년부터 1990년까지 42년 동안 일기를 썼다. 이 일기는 1949~65년, 1966~90년 치로 각각 나뉘어 출간됐고, 이번에 앞의 것이 번역됐다.

이 책의 원본 편집자인 찰스 드레이진에 따르면 파울즈는 그 자신은 물론 일기에 언급된 이들에게 민감한 내용을 삭제할 수도 있다는 제안을 단호히 물리쳤다. 작가로서 총체적 진실을 중시하는 이런 결정 덕에 이 책엔 작가가 되기 위한 고군분투, 생활고, 연애담 등 파울즈의 청년기가 가감 없이 드러나 있다.

예컨데 파울즈의 첫 부인 엘리자베스는 그가 그리스에서 영어 교사로 일할 당시 동료의 아내였다. 엘리자베스는 이 사실을 비롯해 자기에 관한 내용을 일절 일기에 적지 말 것을 당부했지만 파울즈는 꿋꿋했다. "내가 그녀를 사랑하기는 하지만, 그녀 얘기를 안 쓸 수가 없다. 다른 것은 배신할 수 있을지 몰라도, 이 일기만은 배신할 수 없다."(1권 505쪽)

무엇보다 이 책은 한 문학적 거장의 탄생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파울즈가 전도유망한 옥스퍼드대 학생이던 1949년부터 장편 <컬렉터> (국내 공연된 연극 '미란다'의 원작이기도 하다)를 발표하며 명성을 얻기 시작한 1965년까지, 그가 누구를 만나고 어떤 작품을 읽으면서 자신만의 문학관을 구축할 영감을 얻었는지를 추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자서전이자 작품 노트, 나아가 제목대로 새로운 개념의 소설로 두루 읽히는 책이다.

이훈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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