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서울 잠실동 롯데월드 아이스링크장. 20여명의 초등학생들과 함께 스피드스케이팅 강습을 받던 장유진(9)양은 "이상화 언니처럼 될 거예요"라며 다부지게 말했다. '미래의 김연아'를 꿈꾸며 피겨스케이팅을 배우던 장양은 최근 스피드스케이팅으로 갈아탔다.
장양의 어머니 강보영(39)씨는 "다리가 굵어진다며 스피드스케이팅을 싫어하던 아이가 올림픽을 보면서 생각을 바꿨다"며 "신체조건이 스피드스케이팅에 알맞아 원래 코치 선생님이 권했었는데 올림픽 덕 좀 봤다"고 말했다.
'밴쿠버 효과'라 불러도 좋을 만큼 동계올림픽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의 금빛 선전으로 스케이팅 붐이 조성되는가 하면 새벽부터 중계방송을 보는'올림픽 폐인 직장인'들도 등장하고 있다.
2월 들어 롯데월드 아이스링크 입장객과 스케이트 수강생은 지난해보다 20%가량 증가했다. 지난주 이용객이 1,300여명이었는데 모태범 선수가 금메달을 딴 이번 주는 벌써 1,600여명이 찾았다.
롯데월드 내 '규스포츠'의 스피드스케이팅 장비 매출도 이달 들어 30~40% 증가했다. 허지현(37) 규스포츠 실장은 "피겨 스케이트를 타려는 아이들이 압도적이었지만, 요즘은 스피드스케이트에 관심을 보이는 아이들이 더 많다"고 말했다.
'금벅지'나 '철벅지' 로 불리는 스케이팅 선수들의 굵은 허벅지에 자극 받아 몸 만들기에 뛰어드는 이들도 늘고 있다. 서울 종로구의 한 스포츠센터 관계자는 "이상화 선수의 건장한 허벅지가 화제가 되면서 20~30대를 중심으로 트레이닝 문의가 늘고 있다"며 "봄이 되면 운동을 시작하는 직장인들이 많은데, 밴쿠버 효과가 겹쳐 특수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17시간의 시차로 인해 경기가 새벽부터 오전 시간대에 진행되다 보니 중계방송을 보려는 직장인들의 풍경도 가지각색이다. 서울 강남의 한 외국계 회사에 근무하는 김현정(29)씨는 "오전에 사내에서 인터넷으로 몰래 방송을 보는 사람들이 많다"며 "조용히 옆에 있다가 갑자기 환호를 해 깜짝 놀라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32)씨는 중계방송을 빠짐없이 챙겨보느라 뜬눈으로 밤을 지새는 '올림픽 폐인'이 됐다.
김씨는 "퇴근 후 각종 모임을 자제하고 집에 일찍 들어가 초저녁 잠을 잔 뒤 새벽에 일어난다"며 "스키점프, 스노보드 등도 섭렵했다"고 말했다. 한 회사 중간관리자는 "올림픽 이후에 지각생이 속출해 아랫사람을 혼내는 일이 종종 있다"며 "근무시간에도 중계방송을 보느라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는 직원들도 많다"고 말했다.
김청환 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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