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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황제의 허탈한 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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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황제의 허탈한 키스

입력
2010.02.21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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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의 화려한 컴백은 없었다.

돌아온'피겨 황제' 예브게니 플루센코(러시아ㆍ28)가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남자 피겨 2연패 달성에 실패하며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92년 알베르빌 대회부터 2006 토리노 올림픽까지 피겨 남자에서 금메달을 싹쓸이하며 5연패를 이어가던 러시아의 독주도 마감됐다.

플루센코는 19일(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리시엄에서 열린 피겨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65.51점을 얻어 쇼트프로그램(90.85점)을 합쳐 256.36점으로 2위에 그쳤다. 프리와(167.37점)와 쇼트(90.30점)를 합쳐 총점 257.67점을 따낸 2009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우승자 에반 라이사첵(미국ㆍ25)이 플루센코를 1.31점 차로 제치고 감격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미국 남자 피겨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1988년 캘거리올림픽 이후 22년 만이다.

다카하시 다이스케(일본ㆍ247.23점)는 동메달을 획득했다. 남자로서는 일본 피겨 사상 첫 메달이자 아시아인 최초다.

플루센코는 세계피겨선수권대회 3연패,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은메달,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금메달 등 세계 피겨를 상징하는 '은반의 전설'로 군림해 왔다. 2005~06 시즌 이후 돌연 은퇴를 선언, 아이스 쇼에만 출연했던 그는 지난해 8월 서울공연을 통해 국내 팬들에게도 익숙하다. 은퇴를 번복하고 이번 대회 현역으로 복귀한 그는 올림픽 2연패를 노렸으나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에 꿈을 접어야 했다.

채점 시스템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 플루센코는 경기가 끝난 뒤 "어쨌든 결과에 승복한다. 은메달도 훌륭한 성적"이라면서도 "오늘은 내가 패했다"며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녹슬지 않는 기량과 환상적인 연기를 선보여 조국인 러시아에서는 열리는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을 기대하게 했다.

김종한 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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