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투자자의 돈을 끌어 모아 기업을 인수ㆍ합병(M&A)해 수익을 내는 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이 22일부터 잇따라 공모청약에 나선다.
SPAC 1호 도전에 나서는 대우증권의 그린코리아가 22, 23일 이틀간 공모 청약을 받는 것을 시작으로, 미래에셋증권과 현대증권, 동양종합금융증권도 다음달 잇따라 공모를 거쳐 상장에 나선다. 기관이나 큰손이 아니면 판에 끼어들 수 없던 M&A시장이 SPAC의 등장으로 일반 투자자에게도 문을 여는 것이다.
SPAC은 다른 회사를 M&A할 목적으로 세워지는 서류상의 기업이다. 공모 등의 방식으로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M&A에 필요한 실탄을 마련하고 증시에 상장한 뒤 비상장 우량 기업을 합병해 우회 상장시키고 주가를 올리는 방식으로 투자 차익을 노린다. 기업 M&A를 전문으로 하는 사모투자펀드(PEF)와 비슷하지만, PEF는 거액 투자(개인 10억원 이상, 법인 20억원 이상)만 허용되는 반면 SPAC은 소액 투자도 가능하다.
SPAC은 오로지 합병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특징이다. 전문가들이 "SPAC은 M&A의 성사 여부에 따라 투자 성패도 갈린다"고 지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윤선일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우량 기업을 유리한 조건으로 M&A하면 일반 상장기업에 대한 주식투자보다 훨씬 많은 차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공모 단계에서 M&A 성공 여부를 가늠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잇따라 상장하는 SPAC에 대한 투자 포인트는 뭘까. 이론적으로는 M&A를 추구하는 업종에 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하지만, 당분간은 SPAC을 이끄는 경영진에 대한 평가가 더욱 중요하다. 현재까지 윤곽을 드러낸 SPAC 대부분이 녹색기술 및 신성장동력 분야에 대한 M&A를 강조하는 등 차별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합병에 실패할 경우에 대비, 투자자 보호 장치가 마련돼있다는 것이다. SPAC이 공모로 모은 자금 가운데 최소 90%는 은행 등 외부 신탁기관에 예치해야 한다. SPAC을 내놓은 증권사 모두 "M&A에 실패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더라도 3년 뒤 개인투자자들에게 투자 원금 수준 정도는 되돌려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 공모주 투자 원금에 큰 손실이 날 우려가 별로 없기 때문에, 상장 이후 주가도 공모가 밑으로 크게 하락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SPAC에 공모주 투자를 할 때는 최소 1년 이상 장기투자를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최악의 경우 3년까지 자금이 묶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지준 대우증권 IPO2부 팀장은 "회사 설립 이후 1년 이전에 합병등기를 하면 시가 기준으로 법인세가 부과되므로, SPAC들은 설립 1년 이후 합병을 성사시킬 것"이라며 "합병 성사 전까지는 SPAC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없으므로, 최소 1년 미만의 단기 투자는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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