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버타 미치닉 골린코프ㆍ캐시 허시-파섹 지음ㆍ문채원 옮김/ 교양인 발행ㆍ384쪽ㆍ1만6,800원
‘돌 지난 딸 아이가/ 요즘 열심히 말놀이 중이다./ 나는 귀에 달린 많은 손가락으로/ 그 연한 말을 만져본다./ 모음이 풍부한/ 자음이 조금만 섞여도 기우뚱거리는 그 말랑말랑한 말들을… 우리는 강아지나 새처럼/ 하루종일 짖고 지저귀기만 한다./ 짖음과 지저귐만으로도/ 너무 할 말이 많아 해 지는 줄 모르면서.’(김기택 시 ‘말랑말랑한 말들을’에서)
인간에게 있어 생후 3년은 놀라운 시기다. 키는 2배 커지고 몸무게는 4배쯤 늘어난다. 대개 다른 동물들도 이 시기 급격한 육체적 성장을 한다는 점에서 어쩌면 그것은 크게 놀랄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간은 이 시기 인간 이외의 어떤 존재도 불가능한 행위를 시작한다. 그것은 ‘말하기’이며 그래서 이 시기를 경이적인 비약의 시기라 할 만하다. 대략 12~18개월쯤 생애 최초로 단어를 입에 뗀 인간은 만 3세쯤 되면 불완전하지만 혼자서 이야기를 지어내는 단계로 올라선다.
미국 델라웨어대와 템플대에서 교육학과 심리학을 가르치는 저자들은 <아이는 어떻게 말을 배울까> 에서 태아에서 만3세 무렵까지, 인간의 초기 언어발달 단계의 놀랍고도 흥미로운 양상을 보여준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이 책에서 평소 궁금했던 질문의 답을 구할 수도 있다. 가령 아이가 울기 시작하면 곧바로 얼러줘야 하는지 아닌지, “빵빵 빵빵” 하며 좋아하는 아이의 말을 바로 “자동차가 간다”로 고쳐줄 필요가 있는지, 모국어를 완전히 익힌 뒤 외국어를 가르칠 것인지 아니면 일찍부터 외국어를 접하도록 해야 하는지 같은 물음들이다. 아이는>
물론 언어발달에 관한 이론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아기 울음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라”, “될 수 있는 대로 일찍 외국어에 노출시켜라”, “유아어를 억지로 교정시켜서는 안된다” 같은 이들의 결론은 상황에 따라 신중히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어쨌든 이런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이들이 소개하는 다양한 실험들이 퍽 흥미롭다. 신생아들이 모국어와 외국어를 구별할 줄 아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서로 다른 언어를 들려준 뒤 인공 젖꼭지를 빠는 강도를 측정하는 실험이나, 젖먹이들이 엄마의 입 모양을 흉내낼 수 있는지를 알기 위해 아기 가까이에서 반복적으로 혀 내밀기를 하는 실험 등이다.
이들의 이론에 동의하건 않건 아이의 언어교육을 어떻게 할까 하는 실용적인 목적으로 책을 고른 독자들에게도, 인간의 지적 발달과 언어의 관계를 알고 싶다는 다소 현학적인 궁금증을 품고 책을 선택한 독자들에게도, 모두 만족감을 줄 만한 책이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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