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말도 안돼."
21일(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의 퍼시픽 콜리시엄 믹스트존. 밴쿠버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이정수(21ㆍ단국대)는 취재진을 만나자 감격에 겨운 듯 숨을 몰아 쉬었다. "두 번째 금메달은 되게 꿈만 같아요. 현실에서 딴 게 아니라 딴 세상에서 딴 것 같아요." 말을 잇는 내내 한 곳을 보지 못하고 이리저리 두리번거렸다. 이정수는 그렇게 꿈 속을 걸었다.
정확히 일주일 전인 지난 14일 1,500m 금메달로 한국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기고도 밝게 웃지 못하던 그였다. 이호석(24ㆍ고양시청)-성시백(23ㆍ용인시청)의 충돌에 이은 금ㆍ은ㆍ동메달 싹쓸이 실패로 마음 한 구석이 무겁기만 했다. 이정수는 이호석과 함께 금ㆍ은메달을 합작한 이날에야 비로소 환한 미소를 되찾았다. 꽃다발 세리머니 후에는 눈을 질끈 감고 한국 관중석을 향해 꽃다발을 던지는 익살스러운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특정팬에게 꽃다발이 갈까 봐 '아무나 받아라'하며 힘껏 던졌다고.
이정수는 '첫 금메달 때 주목을 덜 받아 섭섭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원래 주목 받는 걸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카메라를 보면 어지럽고 싫었는데, 오늘은 진짜 좋았다"면서 수줍게 웃어 보이기도 했다.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릴 때마다 금메달로 결실을 맺은 이정수는 남은 500m와 5,000m 계주에도 나설 예정. 이정수는 "AP통신인가? 거기서 나를 3관왕 후보로 지목해 줘서 고마웠다. 남은 종목에서도 기대에 걸맞은 성적을 내고 싶다"며 아직 끝나지 않은 '골드 퍼레이드'를 예고했다.
밴쿠버=양준호 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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