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위원회(FRB)가 지난 주말 시중은행에 단기자금을 빌려줄 때 적용하는 재할인율을 0.25%포인트 인상했다. 세계 금융시장이 화들짝 놀라 배경과 파장에 대한 분석을 쏟아내고 있다. 벤 버냉키 FRB 의장이 10여일 전 의회에 제출한 통화정책방향 성명에서 이번 조치를 예고했지만 비정례 회의까지 소집해 서둘러 단행할지는 아무도 몰랐다. 물론 FRB는 이번 조치가 본격적인 출구전략 신호로 해석되는 것을 꺼린다. 하지만 중국에 이어 미국이 유동성 흡수의 첫 단추를 꿴 것이 명백한 이상, 우리도 시장과 교감하며 세밀한 시나리오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재할인율 인상은 버냉키 의장이 밝힌 3단계 출구전략, 즉 '유동성 흡수-기준금리 인상-보유자산 매각'의 1단계에 해당한다. 지난 달 초과 지준금 이자율을 인상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FRB는"금융시장 여건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시중은행의 자금조달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는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담긴 뜻은 두 가지다. 첫째는 고용시장 여건 등 실물변수가 거의 호전되지 않은 만큼 긴축기조 선회를 뜻하는 기준금리 인상은 아직 때가 아니라는 판단이다. 둘째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기회복세가 강하고 특히 대출확대 등 금융회사의 정상화 추세가 뚜렷하다는 의미다. 그리스발 남유럽 재정위기, 미ㆍ중 환율전쟁이 낳은 중국의 미국 국채 투매 위협 등도 재할인율 인상을 통한 달러 강세 정책을 부추긴 요인으로 분석된다,
그렇다고 미국이 출구전략의 핵심인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조기에 꺼내 들기는 어렵다는 게 지배적 분석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한 은행권 부실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데다, 거품경제가 촉발한 과잉투자도 충분히 해소되지 못했다는 근거에서다. 긴축과 보호무역 등 잘못된 처방으로 더블딥에 빠졌던 1930년대 대공황의 나쁜 선례를 되풀이 할 수 있다는 우려다.
하지만 FRB가 과잉유동성 흡수를 선언하며 출구 쪽으로 성큼 다가간 만큼 기준금리 인상은 시간문제이다. 중국이 이미 움직였고 미국이 뒤따른다면, 발 빠른 위기탈출과 글로벌 출구전략 공조를 강조해온 우리도 서둘러 동참하는 것이 옳다. 집권 3년차를 맞아 경기회복 흐름을 이어가야 하는 정부의 늑장대처와, 한국은행 총재 교체기의 공백이 걸림돌이 되지 않을지 걱정스럽다. 정부는 툭하면 회복기 환자 관리가 더 중요하다고 말해왔다. 금리인상 등 출구전략에 관한 한, 지금이 정책 메시지를 던져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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