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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 된 발가락 시인 이흥렬씨 "장애인 돕고 살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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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 된 발가락 시인 이흥렬씨 "장애인 돕고 살겁니다"

입력
2010.02.21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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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배고파요."

'발가락 시인'으로 널리 알려진 뇌성마비 1급 중증장애인 이흥렬(56)씨가 21일 대구 영진사이버대에서 전문학사 학위를 받으며 히딩크 감독의 말을 인용했다. 도전이 끝나지 않았다는 얘기였다.

한국민들레 장애인문인협회 회장으로 시집 <앉은뱅이 꽃> 을 낸 시인인 그는 이날 오전 11시 영진사이버대 정보관 1층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졸업식에서 불굴의 의지로 장애를 극복한 본보기로 특별상도 받았다.

"육체의 장애는 정신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신조로 2급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딴 그가 이날 받은 학위는 결코 쉽게 얻어진 것이 아니었다. 어릴 적 앓은 병의 후유증으로 장애인이 된 그는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했지만 서른 두 살에 재활원에 입소, 피땀 어린 훈련 끝으로 발가락으로 펜을 집게 됐고, 지금껏 300편이 넘는 시를 썼다. 이 시들을 묶어 1991년 낸 시집이 <앉은뱅이 꽃> 이다.

그의 삶은 98년 영화로도 제작됐다. "아마추어 바둑기사가 꿈이었지만 '발가락으로 바둑 둬서 기분 나쁘다'는 동네 아저씨의 말에 충격을 받고 그 느낌을 글로 남긴 것이 시를 쓰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장애인 문인협회에서 활동하던 그는 7년 전인 49세 때 검정고시로 초중등 과정을 모두 마쳤다. 그리곤 사회복지사의 꿈을 키웠지만 대학 문턱은 너무 높았다. 꿈을 접을 즈음 누가 집에서 인터넷으로 공부할 수 있고 등록금도 싼 사이버대학을 권유했다고 한다.

그는 2008년 영진사이버대에 입학했다. 하지만 발로 하는 느린 글쓰기로는 강의 필기를 포기해야 했고, 눈과 귀로만 익혀야 하는 신체적 한계 때문에 두 학기 동안은 성적도 낮게 나오는 등 가시밭길이 따로 없었다.

하지만 같은 대학 같은 사회복지 계열에 나란히 입학한 아들 승희(25)씨가 그에겐 큰 힘이 됐다. 승희씨의 도움을 받아가며 예습 복습을 악착스럽게 챙겼고, 사이버수업의 장점인 강의반복 청취를 하면서 나머지 두 학기는 장학금까지 받게 됐다. 이씨의 학업스토리는 지난해 대학 측의 학업수기 공모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이씨는 대학에서 배운 지식을 활용해 아내 이순희(50)씨와 함께 중증장애인을 돌보며 살아갈 계획이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겠지만 의지와 신념만 있다면 극복할 길이 있으니 결코 기죽지 말라"며 "소외된 이웃에 대한 지원 시스템이 잘 갖춰져 굳이 '복지'라는 용어를 쓰지 않아도 될 날이 오기 바란다"고 말했다.

대구=전준호 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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