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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타협이 사라지는 미 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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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타협이 사라지는 미 의회

입력
2010.02.21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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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의회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 유권자들은 물론 의원 본인들조차 의회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내보인다. 재정적자, 건강보험 개혁, 실업 등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도 의회의 파당적 정쟁에 가로막혀 국정이 한발자국도 나가지 못하는 상황 때문이다. 최근 민주당의 에반 바이 상원의원이 "더 이상 의회를 사랑하지 않는다"며 불출마를 선언한 이후 의회에 대한 비난 강도는 더 세졌다.

의회에 타협의 정치가 실종되면서 중도파 의원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바이 의원이 대표적인 희생양이다. 일부에서는 더 큰 정치적 야망을 노린 책략이라고 비난하나, 신망 받던 중도파 의원의 퇴진은 가뜩이나 불신 받는 의회에 큰 타격임에 분명하다.

사라지는 중도파 의원들

사실 미국의 양당 구조에서 중도파의 입지는 과거에도 넓지 않았다. 빌 클린턴 행정부 때인 1996년 공화당의 윌리엄 코언 등 10명의 중도파 상원의원이 당론을 거부하며 출마를 포기했다. 이 때 코언 의원의 불출마의 변도 "중간이 사라진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중도파 퇴출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당파성'이 '선명성'이란 이름으로 선거 승리를 보장하는 도구로 인식되는 분위기가 가장 크게 작용한다. 지난해 말 뉴저지와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와 지난달 매사추세츠 상원의원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공화당은 더욱 이런 분위기에 도취된 듯 하다.

11월 중간선거에서 대대적 반격을 준비하고 있는 공화당은 오바마 행정부의 발목을 잡는 데 혈안이 돼 있다. 바이 의원도 재정적자 감축을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하기로 한 공화당 의원들이 정치적 이유로 약속을 저버린 것에 크게 실망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불출마 선언 뒤 언론과의 회견에서 역시 상원의원이었던 아버지의 말을 빌어 현 의회를 과거와 비교해 이렇게 말했다.

"60, 70년대에는 상원의원 임기 6년 중 2년은 유세에 쓰고 나머지 4년은 의정활동에 전념했다. 그러나 지금은 6년 내내 법안은 뒷전이고 선거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 상원에서 중도적 인물로 평가 받는 민주당의 해리 리드 원내대표와 공화당의 존 매케인 의원이 "당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후보 경쟁자들의 집중적인 비판을 받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유권자들이 심판해야

국민의 의회 혐오는 극에 달한 상태다. 이달 초 뉴욕타임스-CBS 방송의 여론조사를 보면 무려 81%가 의회에 새 인물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의원들이 재선될 자격이 있다고 한 응답은 8%에 불과했다. AP통신-GfK 여론조사에는 32%만이 의회가 제대로 일을 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번 중간선거를 통해 현역의원을 몰아내야 한다는 비율이 절반 가까운 44%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존경 받는 인사들의 의회 기피증도 커졌다. 리사 매디건 일리노이주 검찰총장은 오바마 대통령의 강력한 요청에도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로 나서는 것을 거절했다. 의회에 대한 국민의 경멸이 이유였다.

유권자들의 뜻과는 정반대로 의회가 가는 것은 결국 돈 때문이다.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늘어난 선거비용을 확보하지 못하면 선거에 나설 수조차 없고, 이 때문에 큰손 기업과 같은 이익단체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어느 나라나 정치의 수준을 결정짓는 것은 유권자들의 몫이다. 이번 중간선거가 수십 년 계속된 미 의회의 당파적 대립을 근절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황유석 워싱턴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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