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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리영희 프리즘' 또 다른 전환의 시대, 다시 보는 '리영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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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리영희 프리즘' 또 다른 전환의 시대, 다시 보는 '리영희론'

입력
2010.02.21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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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춘, 고병권 등 지음/ 사계절 발행ㆍ240쪽ㆍ1만3,000원

1982년 부산 지역의 대학생들이 전두환 정권을 비호하는 미국에 항의하며 미국문화원에 불을 질렀던 부산 미문화원 방화사건.

당시 이 사건에 직접 간여한 일이 없는 한 50대 해직교수가 법정에 선다. 그는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난 모든 사건에 직접적으로 관계한 일은 없지만 거의 모든 사건의 '간접적 주범'이 됩니다. 주범인 문부식, 김은숙 두 사람의 재판에도 나는 증인으로 불려나갔어요. 내 책을 보고 그런 생각을 했다고 그들이 진술했으니까."

그의 이름은 리영희(81). 1970~80년대 대학을 다닌 이들에게 그 이름은 '시대의 표지'였다. 엄혹했던 유신시대에 냉전의식을 돌파하는 혁신적 주장을 선보인 그의 책 <전환시대의 논리> (1974), <우상과 이성> (1977)은 젊은 대학생과 지식인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았다.

<리영희 프리즘> 은 리씨의 사유를 동시대적으로 흡수했던 이른바 '전론( <전환시대의 논리> 의 약칭) 세대' 지식인 김동춘(51) 성공회대 교수부터 그 세대의 아들뻘인 인터넷 논객 한윤형(21)씨까지 다양한 세대의 진보적 지식인 10명의 리영희론과 인터뷰를 묶은 것이다. 책은 지난해 12월 리영희씨의 팔순을 맞아 기획됐다.

김동춘 교수는 "전쟁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않은 채 남한이 21세기의 문명을 주도하는 국가가 될 수 있을까?"라며 냉전의식과 대결했던 리영희 사상의 21세기적 유효성을 강조한다.

고병권(39) '수유 너머' 연구원은 리씨를 인간 존재의 전부를 자유에 두었던 인물, 즉 '인간주의'를 추구한 인물로 평가한다.

그는 "리영희의 인간주의에 대한 물음이 사실상 민주주의에 대한 물음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물음은 결코 끝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민주주의의 위기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시민들의 각성을 촉구한다.

이 시대를 노동자마저 자본가의 논리에 포섭된, 더 이상 '전환이 불가능한 시대'로 평가하는 한윤형씨의 촉구는 매섭다. 그는 "이 시대의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스스로의 삶을 파악하는 이성, 자신의 삶을 객관화하려는 성찰 그 자체"라며 그것이야말로 물신주의라는 우상을 깨뜨리기 위해 고투했던 리영희 사상의 당대적 해석이라고 말한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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