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정부가 일본의 고래잡이를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 포경(捕鯨)문제가 양국 외교 갈등으로 번질 조짐이다.
케빈 러드 호주 총리는 19일 호주 TV에 출연해 “외교적 설득을 통해 (일본의)조사포경을 중단토록 할 수 없을 경우 (일본이 향후 포경을 재개하는)11월까지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겠다”고 말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러드 총리는 일본의 조사포경 중단을 요구해왔으나 구체적인 시기를 명시해 제소 방침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국제포경위원회는 멸종위기 동물 보호 등을 이유로 1986년 상업 목적의 포경을 전면 금지했지만 일본은 학술적인 ‘조사포경’이라는 명목으로 남극해와 북서태평양 등지에서 고래잡이를 계속해왔다. 이에 대해 호주 등 일부 국가의 비판이 계속됐고 미국 해양동물보호단체 시셰퍼드는 최근 항의선을 동원해 일본 포경선박과 충돌하거나 대표가 조사 포경선에 무단 승선하는 등 조업 저지를 시도했다.
이와 관련 호주를 방문 중인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일본 외무장관은 20일 러드 총리와 회담에서 일본의 조사포경은 국제조약에 따른 합법적인 것이라고 설명한 뒤 호주를 기항지로 한 시셰퍼드의 단속을 요청했다.
러드 총리는 이에 대해 “기항 규제는 법적인 근거가 없어 어렵다”며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면서도 포경문제는 “감정적으로 되기 쉽지만 이성적으로 대화해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외교적인 해결을 요청했다. 일본 언론들은 “국제사법재판소 제소” 등의 러드 총리 발언은 총선을 앞두고 ‘조사포경에 강력 대응’을 새삼 강조해 지지율 회복을 노리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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