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원자력기구(IAEA)가 18일 보고서를 통해 이란이 소량의 농축 우라늄을 이미 확보, 핵폭탄 제조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고 AP, AFP 등 주요 외신들이 보도했다. 미국은 즉각 "이란 정부가 국제적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지금까지 IAEA가 이란 관련 보고서에서 핵 활동을 언급한 적은 있지만, 핵무기 제조를 위한 과정이 현재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한 것은 처음이다.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사무총장 후임으로 지난해 12월 취임한 아마노 유키야(天野之) IAEA사무총장은 이날 보고서에서 이란이 IAEA에 대한 협조를 거부한 것을 강력 비난하며 "이란 핵무기 개발의 기술적 세부사항과 관련해 일관되고 믿을 만한 정보를 수집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미사일 탑재체의 개발과 관련해 과거 혹은 현재 이란의 미공개 활동이 있었을 것이라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10쪽짜리 IAEA보고서는 미국, 영국, 독일, 이스라엘 등 정보기관의 감독 아래 작성됐으며 다음달 예정된 유엔 안정보장이사회 회의를 위해 제출된 상태다.
앞서 이란이 이달 초 우라늄을 20%로 농축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힌 데 대해 IAEA는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기 전까지 우라늄 농축을 시행하지 말 것"을 요구했었다. 그러나 이란은 이를 무시하고 우라늄 농축에 성공했다고 발표한데다, IAEA의 핵무기 제조의혹 보고서까지 나오면서 이란이 2003년 이후 핵무기 제조와 관련된 활동을 중단했다는 미 정보당국의 판단은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보고서는 또 "이란 우라늄 농축과 관련, 이미 소량의 제조가 이뤄진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IAEA 주변에서는 이란이 지난 9~11일 20%농도의 우라늄을 약 100g 정도를 농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은 "이란이 우라늄 농축 중단을 거부하고 새로운 농축기지 건설을 비밀리에 진행하면서 국제사회의 제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버트 기브스 미 백악관 대변인은 "우리는 이란이 국제적 의무들을 이행하지 않으면 응당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늘 말해 왔다"고 지적했다. 필립 크라울리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도 "미국은 이란의 활동에 대해 심히 우려하고 있다"며 "왜 이란이 제기돼온 문제들을 협상테이블로 들고나와 해답을 찾는 것을 거부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는 19일 국영방송을 통해 "미국 등이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하고 있다"며 "우리는 핵무기 제조 계획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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