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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테러 또?… 美 경비행기 국세청 돌진 '철렁'

입력
2010.02.21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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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다시 한번 서늘한 가슴을 쓸어내렸다.

18일 오전 9시56분께(현지시간) 소형 항공기가 텍사스주 오스틴의 7층짜리 건물을 들이받는 사건이 발생했다. 건물에는 2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국세청(IRS) 사무실과 사설 교육기관들이 입주해 있었다.

충돌 당시 엄청난 화염이 뿜어져 나오면서 일대는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테러로 판단한 사무실 직원들은 비명을 지르며 건물 밖으로 뛰쳐 나왔다. 불길에 녹아 내린 외벽과 천장은 굉음을 내며 무너져 내려 마치 9ㆍ11 테러를 방불케 했다. 소방차 수 십대가 출동했으나 불길이 워낙 거세 건물 가까이 접근하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근무중이던 국세청 직원 페기 워커는 “폭탄이 터진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이 사건으로 조종사를 포함, 2명이 숨지고, 소방관과 사무실 직원 등 10여명이 다쳤다. 항공기가 저공으로 건물에 접근한다는 경보를 들은 직원들이 미리 대피를 시작한 덕분에 사상자는 적었다.

조종사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이자 사업가인 앤드루 조지프 스택(53)으로 밝혀졌다. 그는 현장에서 40㎞ 떨어진 조지타운 공항에서 자신의 4인승 파이퍼 체로키(PA-28-236) 항공기를 15분여 동안 몰고가 국세청 건물을 의도적으로 노리고 자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범행 전 현장에서 10㎞ 떨어진 자신의 집도 방화했다.

경찰은 범인이 과도한 세금과 경기 침체 등으로 생활이 어려워지자 이에 불만을 품고 국세청이 있는 연방건물을 범행 목표로 삼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는 범행 전 웹사이트에 남긴 6쪽 분량의 ‘조 스택(1956-2010)’이라는 유서 성격의 글을 통해 국세청과 대기업, 정부에 대한 극도의 반감을 표출했다. 그는 “절망적인 시대는 절망적인 행동을 부른다”며 “마침내 비이성적인 것을 끝내겠다는 결심을 했다. ‘빅 브러더’ 국세청은 나의 살을 뜯어먹고 잘 살아라”고 썼다. 그는 또 대기업과 대기업에 구제금융을 한 정부를 “살인 청부업자이자 약탈자”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캘리포니아에서 중소 소프트웨어 업체를 운영했던 그는 2000년과 2004년 두 차례 조세당국으로부터 부도 처리됐고, 부인 역시 파산하면서 국세청에 13만여 달러의 빚을 지고 있었다. 사업에 실패한 뒤 오스틴으로 이사와 유흥업소 등에서 기타를 치면서 생계를 꾸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장인인 잭 쿡은 “스택은 자신을 망가뜨리고 저금을 빼앗아 가는 국세청에 불만이 많았다”고 경찰에 말했다. 스택의 아내는 남편의 분노에 불안을 느껴 12살 딸과 함께 집을 나와 인근 호텔에 머물고 있었다.

사건 직후 콜로라도주의 북미항공방위사령부(NAADC)는 테러 가능성에 대비해 F-16 전투기 2대를 발진시켰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존 브레넌 국토안보보좌관으로부터 긴급 브리핑을 받는 등 미정부도 긴박하게 움직였다. 하원 국토안보위원회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항공기에 의한 건물테러 청문회를 열 계획이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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