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범과 이상화(이상 21ㆍ한체대)의 빙속 500m 쌍끌이 금메달 획득으로 대한민국의 국가 브랜드가 한 차원 높이 도약했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이 대회 7일째에 접어든 가운데 한국이 미국과 독일 등에 이어 종합 5위를 달리자 체육계 안팎에서 ‘스포츠가 국격(國格) 향상의 첨병’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이 동계올림픽에서 대회 중반까지 5위권을 유지한 것은 처음이다. 특히 선진국들이 독식하던 스피드스케이팅 남녀 500m를 한국이 동시에 석권하자 AP, AFP, 로이터 등 주요외신들은 ‘충격적인 승리’라며 한국선수들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의 인터넷망인 신화망에서도 한국의 금빛질주를 자국 선수의 메달획득 뉴스보다 비중 있게 보도하고 있다.
스포츠 전문가들은 올림픽에서 한국선수단의 이 같은 활약이 국격을 높이는데 기폭제 역할을 한다며 이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수천억 원에 이른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피겨여왕’ 김연아가 세계 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따냈을 때와 야구대표팀이 월드베이스볼 클래식에서 준우승을 차지 했을 때 금전적 가치가 각각 2,280억원, 8,395억원에 달했다는 분석도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올해 국내 10대 트렌드를 선정하면서 첫 번째 과제로 ‘국격을 제고하는 노력을 집중적으로 전개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한국이 세계중심국가로 도약하려면 국가 브랜드 파워를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이야기다.
삼성경제연구소 이민훈 박사는 “스포츠 스타의 활약상은 대중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크고 파급력도 빨라 언론매체 노출을 통해 국가 브랜드를 향상시키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체육과학연구원 박영옥 정책실장도 “비용이 많이 들어 귀족 스포츠로 인식되던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금메달 획득은 동계종목을 주름잡고 있는 유럽인들에게 좋은 인상을 줘 평창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는데 매우 고무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대통령 직속 국가브랜드위원회와 삼성경제연구소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을 포함한 세계 50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국가별 실체와 이미지 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각각 19위와 20위를 차지했다. 노규형 리서치앤리서치 대표이사는 이와 관련 “자동차, 반도체 수출 등으로 한국의 실체는 비교적 잘 각인돼 있으나 딱히 떠오르는 이미지가 약하다”며 “올림픽에서 펼치는 금빛 퍼레이드가 국가의 이미지를 단시일 내에 높이는데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최형철 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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