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여의도 증권가의 최대 마케팅 포인트는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 전용 거래시스템이 속속 등장하고, 대부분 증권사가 최근에는 고객 유치를 위해 공짜로 지급하는 행사를 하고 있다. 대당 100만원에 가까운 비싼 물품을 거저 준다니, 물정 모르는 투자자라면 귀가 솔깃하다.
그러나 증권사가 무료 지급의 전제로 내건 조건을 찬찬히 살펴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회사마다 차이가 있으나, 향후 2년간 매월 500만~2,500만원 이상의 주식을 사고 팔아야만 공짜 스마트폰을 챙길 수 있다. 이런 약정을 이행하지 못하면, 당연히 그만큼 단말기 값을 물어 내야 한다.
거래 수수료까지 따지면 '공짜 마케팅'의 승자가 증권사라는 건 더욱 명확해진다. 스마트폰 거래 수수료는 거래금액의 0.1~0.198%인데, 이는 인터넷을 통한 거래 수수료(최소 0.015%)보다 6~13배 가량 높다. '2년간ㆍ월 2,000만원'이 조건인 A증권사를 예로 들어보자. 공짜 혜택을 입으려면, 고객은 매월 최소 2만4,000원(수수료율 0.12%)을 수수료로 내야 하는데, 이는 증권사가 대납하는 단말기 할부금(2만7,000원)과 거의 같다.
단순한 수치 비교보다 더욱 심각한 건 증권사의 이런 행태가 그들 스스로 한국 투자문화의 가장 큰 문제로 꼽고 있는 '초단기 매매'를 자극한다는 점이다. 장소 제한 없이 거래가 가능한 스마트폰을 공짜로 주면서, 일정 규모 이상의 거래를 요구한다면 투자자 속성상 단기 매매는 그만큼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지난해 자본시장법 통과 이후, 주요 증권사들은 주식 위탁매매(브로커리지)보다는 자산관리와 자금 중개기능을 강화할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불황으로 주식 거래량이 급락할 때마다 매출과 순익도 동반 하락하는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브로커리지 분야에서의 과도한 경쟁은 자제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던 것이다.
공짜를 무기로 스마트폰을 단기간 보급하는 방식의 마케팅은 일반 투자자는 물론이고, 장기적으로는 증권업계의 경쟁력을 훼손할 가능성이 높다. 스마트폰에 대한 증권업계의 인식 전환을 촉구한다.
남보라 경제부 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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