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성추행 혐의로 가택연금에 처해진 폴란드 출신의 프랑스 영화감독 로만 폴란스키(77ㆍ사진)가 신작 '고스트 라이터'로 21일(이하 현지시간) 폐막한 제60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감독상(은곰상)을 수상했다.
폴란스키는 1977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13세 소녀와 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실형을 받기 전 프랑스로 도주한 뒤 지난해 9월 취리히국제영화제 평생공로상 수상을 위해 스위스를 방문했다가 미국 당국의 협조 요청을 받은 스위스 경찰에 체포됐고, 현재 가택연금 상태에 놓여있다.
20일 열린 시상식에서는 '고스트 라이터'의 프로듀서 알랭 사드가 폴란스키를 대신해 수상했다. 사드는 "폴란스키가 '나는 전에 상을 타러 한 영화제에 갔다가 감옥에서 인생을 마치게 됐다. (그런 경험을 했으니) 베를린에 갈 수 있었어도 아마 가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폴란스키가 2003년 '피아니스트'로 받은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감독상은 배우 해리슨 포드가 대리 수상했다.
영국 작가 로버트 해리스의 인기 소설 '고스트'(한국에서는 <고스트 라이터> 로 출간)를 원작으로 한 '고스트 라이터'는 영국 총리(피어스 브로스넌)의 회고록을 쓰는 대필 작가(이완 맥그리거)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고스트>
한편 올해 베를린영화제 대상인 황금곰상은 꿀을 채집하다 실종된 아버지를 찾아나선 7세 터키 소년의 이야기를 다룬 세미 카플라노글루 감독의 터키ㆍ독일 합작영화 '꿀'이 차지했다. 심사위원상은 루마니아 감독 플로린 세르반의 스릴러 '휘파람을 불고 싶으면 나는 분다'에 돌아갔다.
남우주연상은 러시아 영화 '이번 여름은 어떻게 끝났나'(감독 알렉세이 포포그레브스키)의 그리고리 도브리긴과 세르게이 푸스케팔리스가 공동 수상했고, 여우주연상은 일본 영화 '캐터필러'(감독 와카마츠 코지)의 데라지마 시노부가 수상했다. 중국 영화 '함께 떨어져'는 최우수각본상을 받았다. 한국 영화는 이번 베를린영화제에 재불동포 우니 르콩트 감독의 '여행자' 등 8편의 장ㆍ단편이 비경쟁부문에 초청됐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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