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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정지궤도 위성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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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정지궤도 위성 시대

입력
2010.02.21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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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공위성은 자신만의 길, 궤도가 있다. 위성의 궤도는 임무에 따라 저궤도, 중궤도, 정지궤도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 가운데 정지궤도는 적도 상공 36,000km의 원형 궤도를 말한다. 정지궤도 위성은 지구의 자전속도와 같은 속도로 회전하기 때문에 24시간 내내 지상의 동일한 지점을 바라볼 수 있어 지속적인 기상관측이나 통신방송 등에 무척 유용하다.

미국과 유럽의 우주선진국들은 1970년대부터 정지궤도 위성을 운용하고 있다. 대용량 정보전달과 고해상도 디지털 방송시대에 정지궤도 위성의 수요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정지궤도 위성이 위치하는 궤도는 하나뿐이어서 위성간의 주파수 간섭이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사용할 수 있는 위성의 수가 제한되고, 세계 각국은 정지궤도 위성을 '명당자리'에 먼저 쏘아 올리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외국의 정지궤도 위성을 수입해 운용했다. 현재 무궁화위성 3호와 5호, 한별 위성까지 3개가 있다. 그러나 이제 얼마 후면 동경 128.2도 한반도 상공에 우리가 최초로 개발한 정지궤도 위성인 통신해양기상 위성을 띄운다. 2003년부터 개발한 통신해양기상 위성은 위성통신, 해양관측, 기상관측의 세 가지 임무를 지닌 복합적 용도의 위성이다.

통신해양기상 위성의 발사는 여러 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무엇보다 외국의 기상 영상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인 기상관측을 통해 기상예보를 할 수 있다. 지금은 일본의 정지궤도 위성으로부터 한 시간에 두 번 구름 영상을 받고 미국의 저궤도 위성에서 하루 여덟 차례 영상을 수신하고 있다. 당장 게릴라성 폭우가 쏟아져도 정해진 시간에 위성 영상이 도착해야 기상예측이 가능한 상황이다. 그러나 통신해양기상 위성이 발사되면 최대 8분 간격으로 원하는 지역을 집중 관측할 수 있어 긴급한 기상 상황에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처할 수 있다.

통신해양기상 위성은 정지궤도 위성으로는 최초로 해양 센서를 달아 한반도 주변 해양 환경을 실시간 관측할 수 있다. 바다 색깔을 관측해 물고기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인지 파악하여 어장 정보를 제공할 수 있고, 생물량이 갑자기 증가하는 것을 파악하여 조기에 적조 발생을 감지하고 피해를 줄일 수도 있다. 해류의 순환과 해양생태계 감시에도 유용하다.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한 통신 중계기도 실린다. 국내에서 개발한 Ka-대역(준밀리미터파 대역) 통신 탑재체를 우주에 인증함으로써 국내 기업이 상업용 위성통신 중계기 개발에 참여하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21세기 정보통신 산업의 핵심이 될 위성통신, 방송, 지리정보, 교통정보 등 위성망을 이용한 공공통신 체계를 구축하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는 최첨단 저궤도 지구관측 위성인 아리랑위성의 개발로 관측위성 분야에서 세계 6~7위권의 위성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통신해양기상 위성을 성공적으로 발사하면 독자적 위성 운영은 물론이고 세계 위성 시장에 진출하는 기반을 마련해 우리나라의 위성 역사에 큰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통신해양기상 위성은 프랑스령 기아나의 우주센터에서 발사를 앞두고 최종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통신해양기상 위성이 2010년을 우주강국 도약의 원년으로 기록되게 하는 자랑스러운 첫 번째 주자가 되기를 바란다.

이주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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