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외 계층에게 담보나 보증 없이 저리로 창업 및 자활자금을 빌려주는 미소금융 사업이 정부 방식대로 운영될 경우 적자가 쌓여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보고서 나왔다. 정부가 나서 대기업과 금융권의 기부금과 휴면예금 등으로 기금을 조성, 지난해 12월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제기된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사적으로 유례없는 (반관반민의) 한국형 마이크로크레디트(MS) 사업'이라고 부풀릴 때 예견된 바지만, 지금이라도 정부는 취지에 맞게 미소금융의 틀을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사실상 국책연구기관인 금융연구원이 엊그제 내놓은 보고서의 요지는 미소금융의 사업장과 운영 인력 확보ㆍ유지를 위한 고정비용 부담이 막대해 이자수입으로는 적자를 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업이 본궤도에 접어들어 지역사업장이 300개로 확대될 경우 사업장 확보에 연 400억원, 심사인력 등 인건비와 교육훈련 등 관리비가 연 600~7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반면 수입은 평균 대출잔액 2조원을 기준으로 5% 금리를 적용하면 1,000억원이지만 평균 회수율을 감안하면 그보다 훨씬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일깨워 저신용 서민계층의 자활을 도와주는'선한 목자'역할은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미소금융도 엄연히 금융인 이상 금융시스템의 틀 안에서 움직이는 게 맞다. 제도권 서민금융보다 20~40&포인트나 낮은 금리로 대출하면서 매년 수백억원대의 적자를 내는 부문이 별도로 존재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금융시장 교란 요인이다.
미소금융의 실적이 아직 미미한 것도 이런 사정과 떼어서 말하기 어렵다. 지금껏 27개 지점이 설립돼 1만3,000여명이 찾아왔으나 대출을 받은 사람은 200명 남짓이다. 낮은 금리와 과잉홍보를 보고 너나없이 달려드니, 대출심사도 그만큼 엄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금리와 신용도 등 대출조건과 대출심사 체계를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미소금융은 사회적 기업 대출에 주력하고, MS사업은 민간을 통한 간접지원으로 전환하라는 제안도 검토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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