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수단 중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첫 2관왕에 오른 남자 쇼트트랙 2관왕 이정수(단국대)와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금 1개, 은 1개를 수확하며 세계를 놀라게 한 모태범(이상 21ㆍ한국체대)의 깜짝 메달 획득 비결은 뭘까. 기대치 않았던 메달 획득에 '금벅지 신드롬'까지 불러 일으킨 그들의 신체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의 종목이 구분되듯 이정수와 모태범의 체형도 미세한 차이를 보인다. 스물 한 살 동갑내기 스타의 신체를 입체 분석해 금빛 질주의 원동력을 살펴봤다.
▲쇼트트랙은 허벅지 안 굵어도 돼
모태범은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금메달을 따내 '스피드킹'으로 등극했다. 팬들은 폭발적인 질주를 가능케 만든 모태범의 굵은 허벅지에 관심을 보였다. 일반인의 허리 둘레에 버금가는 26인치(66cm)의 허벅지 둘레는 모태범을 '허벅지 왕자'로 우뚝 서게 했다. 하지만 이정수는 20.7인치(52.6cm)의 '평범한 허벅지'로 1,000m, 1,500m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비록 허벅지는 굵지 않지만 이정수는 쇼트트랙 종목 특성상 '안성맞춤' 신체 조건을 갖고 있다. 기록싸움보다는 두뇌싸움에 가까운 쇼트트랙에선 지구력이 승패를 가르는 요소다. 이정수(오른발 293%, 왼발 286.4%)는 자기 체중을 100%로 봤을 때 빙면을 미는 능력을 환산하는 수치인 각근력이 모태범(오른발 372%, 왼발 368%)보다 떨어졌지만 엄청난 폐활량으로 이를 극복했다. 폐활량이 5,140cc인 이정수는 일반인(3,000~4,000cc)보다 빼어난 폐활량으로 레이스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체육과학연구원의 최규정 박사는 "쇼트트랙은 심폐 지구력이 중요한데 그 척도가 될 수 있는 폐활량에 있어서 이정수가 다른 선수들보다 월등하다"고 말했다. 또 이정수는 호리호리한 몸매를 가지고 있어 코너워크를 할 때 저항을 덜 받는다는 장점이 있다.
▲'금빛 스퍼트'의 힘은 빼어난 근지구력
이정수는 21일 쇼트트랙 1,000m 결승에서 막판 스퍼트로 이호석(고양시청)을 밀어내고 정상에 오르는 뒷심을 발휘했다. 모태범 역시 빼어난 막판 스피드로 500m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둘은 체형은 다르지만 나란히 근지구력이 뛰어나다는 '공통분모' 덕분에 금빛 레이스를 펼칠 수 있었다. 근지구력은 30회 반복 운동에서 선수들이 처음 썼던 힘을 100%로 봤을 때 마지막 횟수에서 쓰는 능력을 환산한 수치다. 보통 70% 이상이 나오면 우수하다고 판단되는데 이정수와 모태범은 각각 74%와 73%를 기록했다. 그만큼 폭발적인 라스트 스퍼트를 발휘할 수 있는 신체 조건이 갖춰졌다는 의미다.
기록싸움인 스피드스케이팅에선 출발 신호 후 반응속도도 매우 중요하다. 모태범은 출발 총성 소리 후 반응속도가 0.23초로 이정수(0.34초)보다 빨랐다. 높은 근지구력 수치에 출발 속도까지 뛰어난 덕분에 모태범은 단거리 500m에서 세계 정상에 오를 수 있었던 것. 이정수의 1,000m 기록은 1분23초747인 반면 모태범은 1분09초12를 기록했다.
김두용 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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