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사람들을 불러모았다. 전남 순천으로 함께 1박2일 여행을 갈 사람들이다. 토요일이었던 20일 오전 7시30분. 서울 양재역 앞에 오스트리아, 헝가리 대사 등 16개국 외교사절과 생태관광 전문가, 관광학과 교수, 여행사 임원, 홍보마케팅 전문가, 음식문화 전문가, 관광에 관심 있는 대학생과 일반인 등 120여명이 모였다. 관광공사가 지역관광 발전을 위해 구성한 자문단인 한국관광서포터스들이다.
외교사절 가족 40명이 탄 버스에 올라 직접 마이크를 잡고 가이드를 자처하고 나선 이참 사장과 동행했다. 귀화인으론 처음으로 정부 유관기관의 수장에 오른 벽안의 한국인. 지난해 8월 취임 이래 6개월을 훌쩍 넘기고 있는 그에게 한국관광의 미래를 물었다.
-한국관광서포터스는 어떤 일을 하는가요?
"각계의 사람들이 모여 한국의 관광자원을 눈으로 확인하고 자기의 경험과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모임입니다. 해당 지역과 네트워크를 만들어 한국의 관광문화가 정착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돕게 돼 있어요. 주한 외국인들의 경험을 공유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외국 대사들은 세계를 다니면서 느꼈던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요. 전문 서포터스들은 축제 전에 미리 와서 컨설팅도 하며 지역을 돕게 되겠죠. 대사뿐 아니라 국내 외국인 기업가들도 서포터스에 참여시킬 것입니다. 그들도 한국사람들과 네트워크 맺기를 원하고 있어요. 서포터스 활동은 한국의 구석구석을 알면서 친구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될 겁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관광의 창의력도 키울 수 있겠죠."
-한국관광의 가능성을 어떻게 보십니까.
"순천행 버스 안에서 대사들에게 한국을 아시아의 스위스로 만들겠다고 했어요. 부자들이 휴식을 위해 찾는 고급휴양지로 만들겠다, 다보스처럼 세계적인 포럼을 유치하는 곳들을 키우겠다고 했더니 오스트리아 대사는 스위스보다 경쟁력 있다고 했어요. 스위스에 산과 호수만 있다면, 한국엔 산과 강과 바다와 섬과 서울 같은 역동적인 도시문화도 갖추고 있다는 겁니다. 외부에선 충분히 한국관광의 잠재력을 인정하고 있어요. 우리 스스로 충분히 가능하다는 인식을 만드는 게 우선입니다."
-올해 가장 역점 두는 사업은 뭡니까.
"휴가문화 개선입니다. 2주일 통째로 쓰는 휴가문화를 정착시키려고 해요. 외국보다는 국내에 오래 머무는 여행문화를 만들어보겠습니다. 1박2일식 여행은 한계가 있어요. 머물며 쉬면서, 느끼는 여행문화를 만들고 싶어요. 생각하는 관광이 바로 그것입니다. 일주일 정도 한 곳에 머물며 그 매력을 느껴야 해요. 그런 상품 코스 만들고 스토리텔링 기법 등을 개발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장기휴가에 대한 공감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업과 공공기관이 적극 나서야 해요. 개인적으로 국무총리가 먼저 2주 휴가를 가면 좋을 것 같아요. 장기휴가가 일상화하면 숙박시설 등 관광 인프라가 저절로 구축됩니다. 한국관광이 또 한번 업그레이드 될 수 있어요."
-본인도 2주 휴가를 갈 생각입니까.
"물론이죠. 원래 3월에 가려 했는데 스케줄 때문에 9월로 미뤘어요. 일정상 꼭 빠질 수 없는 게 국회일정입디다. 결국 홀수달에만 휴가가 가능하더군요."
-점심으로 짱뚱어탕이 나왔는데 외국 대사들도 좋아했나요.
"우리에게 맛있는 건 모두에게 맛있는 겁니다. 외국 대사들도 다들 좋아했어요. 헝가리대사는 고향 생각까지 난다고 하더군요. 한식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음식이에요. 한식의 세계화는 세계인들이 하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는 우리 음식의 원리와 철학 등 기본 컨셉트만 던져주면 이를 응용해 세계인의 입맛에 맞게 하는 것은 외국사람에게 맡겨야 해요. 김치 담그기 체험이 재미있기는 해도 어차피 집에 가서 담가먹지는 않아요. 따라서 김치 담그는 방법을 가르쳐 주기보다 김치샐러드나 김치샌드위치 등 김치로 자기네 음식을 만들어 먹도록 해야 합니다. 한식을 생활화시키자는 것이죠."
-올해 외국인 관광객 유치 목표로 850만명을 잡았습니다. 너무 과한 건 아닙니까.
"작년처럼 환율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 올해 850만 명의 외래 관광객 유치가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비행기로 4시간 이내에 20억명이 살고 있는 만큼 한국관광은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어요. 금년은 한국방문의해가 시작되는 첫 해입니다. 2012년 외래 관광객 1,000만 명 유치를 위해서라도 올해 850만 명의 외래 관광객 유치는 반드시 달성해야 합니다."
-한중일 3국이 동시에 방문의해를 선포했습니다. 3국간 경쟁이 치열할 것 같은데요.
"역내 관ㅐ막?보면 서로 관광객을 더 유치해야 하니 경쟁이 불가피합니다. 하지만 미국이나 유럽 등 원거리 관광객들을 상대로 할 땐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어요. 중국의 웅장한 문화유산, 일본의 잘 정비된 관광인프라와 서비스정신, 그리고 한국이 가지고 있는 역동적 현대문화 등 3국의 차별화한 관광자원을 한 번에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를 잘 활용한다면 우리 방문의해 사업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홍보대사 이참 말고 경영인 이참의 모습에 대해 궁금해 합니다. 최근의 인사혁신은 참신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공사 구조조정이나 조직개편 등 앞으로 중점을 둘 경영방침은 무엇입니까.
"인사적체로 꽉 막혀있던 조직이었어요. 내부 태스크포스에서 어떻게 조직을 순발력 있고 창의적이며 날렵하고 공격적으로 만들지 연구했는데 그 결과를 인사에 반영한 겁니다. 욕심 있고 공격적인 조직으로 성장하기 위해 기존의 직위별 직급제를 폐지했어요. 열심히 일하고 창의성 있는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은 그만큼 보상받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조직에 남아있을 수 없게 만들어야 합니다. 올 하반기에는 저성과자 특별관리 프로그램을 도입, 더욱 긴장감 있는 조직으로 만들어 갈 것입니다."
-환율이 떨어지고 경기가 살아나면서 내국인의 해외여행이 살아나고 있습니다. 금방 관광수지 적자 이야기가 나올 텐데, 아웃바운드에 대한 입장은 어떻습니까.
"관광에 무역수지 균형 개념을 적용하는 건 70년대식 발상이에요. 관광 선진국인 독일의 경우 전체 인구에 가까운 7,800만명이 해외관광을 해도 관광수지를 걱정하지는 않습니다. 해외여행은 많이 나가야 합니다. 나가서 쓰면 쓸수록 한국의 이미지가 올라갑니다. 개인적으로도 견문을 넓힐 수 있어 나라의 자산이 됩니다. 해외여행에 관련된 여행사나 항공사 등엔 또 얼마나 많은 우리 국민이 일을 하고 있습니까. 아웃바운드 또한 우리 경제에 큰 도움을 주고 있는 거죠. 더 많은 사람들이 나가야 합니다. 더 나가라고 권유하겠습니다."
-관광벤처를 키우겠다고 했는데요.
"관광 인프라를 정부가 다 만들 수 없습니다. 결국 개인들이 나서야 합니다. 뉴질랜드에서 온 친구는 한국의 백두대간에 매료됐어요. 그는 CEO들 대상 백두대간 상품을 만들 계획을 가지고 있습디다. 산행과 템플스테이를 곁들이는 CEO를 위한 특별여행상품 아이디어에요. 그런 작고 창의력 높은 비즈니스들을 적극 지원하기 위해 관광벤처 지원 펀드를 만들려고 합니다. 제주 올레도 개인이 만들지 않았습니까.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자기 비즈니스를 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또 공사는 홍보마케팅 구조를 가지고 있으니 마케팅과 홍보도 돕겠습니다. IT벤처는 사업계획서 하나로 돈을 빌릴 수 있었어요. 관광은 손해부담이 적은 안전한 투자이기 때문에 창투사들을 적극 끌어들일 수 있다고 봅니다."
-취임 때부터 관광에 스토리텔링을 강조해왔는데요.
"한국은 매력적인 목적지임에도 불구하고 '꼭 한번 가봐야 하는 나라'라는 당위성이 부족합니다. 한국관광의 매력들을 보다 구체화된 이미지로 알리기 위해서는 세련되고 설득력 있는 홍보기법인 스토리텔링이 중요합니다. 독일 하이델베르크에 있는 '철학자의 길'의 경우 평범한 오솔길이지만 괴테, 헤겔, 베버 등 세계적인 사상가들이 이 길을 산책했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합니다. 마찬가지로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스토리도 재미있을 것 같고, 수원 화성이나 융건릉에 사도세자와 정조의 효심 이야기를 적절히 부각시키면 감동적인 스토리텔링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한국관광의 매력은 무엇입니까.
"한국의 매력은 에너지입니다. 최근 한국방문의해를 맞아 기(氣)와 흥(興), 정(情)을 주제로 한 TV 광고 3편을 제작했어요. 한국은 영감의 시작이라는 뜻을 담은 광고입니다. 이들 광고는 시장별로 타깃을 따로 잡고 있어요. 일본엔 감성적인 에너지인 '정'으로 유혹하고. 중국과 동남아는 신명 나는 '흥'으로, 미국과 유럽엔 신비로운 에너지인 '기'로 한국을 알리는 내용입니다. 한국방문의해 홍보대사인 배용준씨가 고맙게도 직접 일본지역 TV광고 모델로 나섰어요."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 약력]
▲1954년 독일 바트크로이츠나흐 생
▲1977년 독일 구텐베르크대 졸업
▲1978년 주한 독일문화원 강사
▲1986년 한국인 귀화
▲1992년 한독상공회의소 이사
▲2007년 대통령후보 특별보좌역
▲2009년 한국관광공사 사장
순천=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사진=김주영기자 wi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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