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만 해도 부끄러운 듯 양 볼이 붉어지더니 입을 떼려다 이내 손사래를 쳤다. "이상형이요? 그런 건 없고, 첫눈에…. 에잇, 이런 거 진짜 잘 모르겠어요."
밴쿠버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금메달로 순식간에 '국민여걸'이 된 이상화(21ㆍ한국체대). 그는 19일(한국시간) 밴쿠버 시내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런 곳에 오면 그래도 실감이 나기는 한다"면서 갖고 온 금메달을 슬며시 목에 걸었다.
예쁘장한 외모와 달리 털털한 성격으로 금세 두터운 팬층을 확보한 이상화는 인터뷰장에서도 톡톡 튀는 매력으로 '인기 관리'를 했다.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친 비결이 도대체 뭐냐'는 한 외신기자의 질문.
이상화는 "여름부터 지금까지 올림픽만 보고 달려왔어요. 꾸준한 노력의 대가가 아닐까요"라고 반문하며 눈을 찡긋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크게 배운 점은 뭐냐'는 질문에는 "떨지 않는 대범함?"이라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금메달 확정 직후 500m 세계랭킹 2위 왕베이싱(중국)에게는 "네가 해낼 줄 알았다. 진짜 빠르더라"는 찬사를 들었단다.
올림픽 전 달력의 수많은 숫자 중 대회날짜에 동그라미를 치고 '인생역전'이라고 써놓았던 이상화. "한 달 전만 해도 올림픽 생각만 하면 바들바들 떨었다"는 그는 "막상 스타트 라인에 서니 올림픽이란 생각 자체가 없어지더라"며 이틀 전 기억을 떠올렸다.
이상화는 튼실한 허벅지 때문에 붙여진 '금벅지', '꿀벅지' 별명도 "가장 큰 단점인 허벅지를 '꿀벅지'로 불러주니 고마울 따름"이라고 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단짝인 모태범(21ㆍ한국체대)과의 '열애설'에 대해서는 "온라인상에 결혼추진위원회까지 생겼다는데 진짜 웃기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날 1,000m 23위로 속상할 만도 했지만, 이상화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어차피 주종목도 아닌데요, 뭘. 나름 괜찮게 탄 것 같은데요?" 대신 500m 얘기가 나오자 다시금 이를 악물었다. "이게 끝이 아니잖아요. 금메달 땄다고 자만하지 않을 거예요. 아직도 많이 부족하거든요."
밴쿠버=양준호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