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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당신은 나를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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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당신은 나를 통해

입력
2010.02.21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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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나를 통해

당신의 불행을 보았다고 합니다

나를 몰랐다면

행복에 눈멀었을 거라고 하는군요

불행이 없으면 행복도 없다는 것을

당신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도 하는군요

당신은 나를 통해

당신의 행복을 알았다고 끝내 말하지 않습니다

당신의 말에 어쩔 줄 몰라 하는 한 사람을

당신 곁에 영원히 남겨두고 싶기 때문인가요

● 당황한다는 말과 황당하다는 말의 차이에 대한 농담이 떠오르는군요. 트럭 뒤에 숨어 오줌 누는데 트럭이 출발하는 건 당황스러운 일이고, 트럭이 후진하는 건 황당한 일이라는. 내 생각대로 가만히 있으면 참 좋을 텐데, 어쨌거나 트럭은 움직입니다. 앞이나 뒤로. 옆으로나 위로 움직이지 않는 것만 해도 참 다행이지요.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내 뜻대로 되면 좋을 텐데, 어쨌거나 생각지도 않은 일들이 일어나죠. 어떨 때는 당황스럽고, 가끔은 황당해요. 누군가의 농담 속에 나오는 사람 같을 때도 있지요. 아마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알게 될 겁니다. 뭔가 원했기 때문에 그렇게 당황스럽고 또 황당했다는 사실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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