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가 열리고 있는 리치몬드 올림픽 오벌. 이곳은 한국대표팀에는 약속의 무대다.
한국대표팀이 떴다 하면 메달이 우수수 쏟아지고 수 차례 태극기가 경기장을 수놓았다. 그러나 기록면에서는 낙제점에 가깝다.
이번 대회에서는 네덜란드의 스반 크라머가 세운 남자 5,000m 올림픽 기록이 전부. 기록 없는 순위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핵심은 빙질. 울퉁불퉁하고 무른 노면이 선수들이 속도를 내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남자 500m 경기가 열렸던 17일(한국시간)의 경우 실내온도는 16도, 얼음 온도는 영하 8도였다.
대부분의 공식경기에선 얼음온도가 실내온도에 비해 1~2도씩 낮은 게 정상이다. 리치몬드 올림픽 오벌은 지나치게 실내 온도가 높아 선수들이 스케이트날을 채는 게 힘들 정도로 노면이 물러졌다.
김관규 대표팀 감독도 "관중 열기 때문에 코너 얼음 가장자리가 많이 물러졌다"고 말했다. 1억7,800만 캐나다달러(약 1,970억원)를 들여 완공한 캐나다의 자랑이 실내 온도 조절 실패로 스피드 스케이팅의 신기록행진을 가로막고 있는 것. 조직위원회가 곤혹스러워 하는 이유다.
정빙기가 고장 난 것도 한 몫 했다. 최악의 빙질을 그나마 보완해 줄 정빙기가 무용지물이 되면서 노면이 눈에 띄게 나빠졌고, 특히 남자 500m 10조 이후의 경우 예정 시간보다 1시간30분이나 지연되면서 선수들이 최적의 몸 상태를 유지하는데 애를 먹었다.
독일의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3,000m 대표인 카트린 마트세로트(29)는 "얼음상태가 나빠져 늦게 뛸수록 이렇게 불리했던 경기장은 처음이다. 이런 곳에서 좋은 기록을 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김종석 기자 lef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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