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가격의 패션'모토 아래 전세계 도시에 H&M 깃발을 꽂고 있다. 27일 서울 명동에 한국 첫 매장을 여는 H&M은 한 해 매출 18조원이 넘는 글로벌 패션 브랜드다. 한국을 포함한 36개국 2,000개가 넘는 매장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비결을 듣기 위해 스웨덴 스톡홀름의 H&M 본사를 찾았다.
홍보담당자의 안내로 둘러본 H&M의 심장인 디자이너실. 편안한 소파, 풍성한 과일바구니 등 집안의 쾌적한 거실을 옮겨놓은 듯 아늑한 분위기였다. H&M은 자라나 유니클로 등 다른 패스트패션 브랜드와 달리 공장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곳의 디자이너 100여명이 제품 전체를 디자인하면 전세계 20곳에 나가있는 지사가 생산공장들과 외주 계약을 맺고, 디자인에 맞는 물건을 공급받는다.
H&M의 핵심 아이디어는 모든 이들을 위한 패션이다. 매장은 항상 트렌디한 아이템과 함께 베이직한 제품을 함께 갖추고 있다. 매일 새 제품을 선보이는 것도 H&M의 고집이다. 본사 건물 1층에 있는 H&M 매장에서 만난 현지인 여러 명도 "출퇴근길 매일 들르다시피 하며 새로운 게 나왔나 구경한다"고 했다.
수만 종류의 옷을 디자인 하려면 몰아치기 밤샘작업도 자주 있을 것 같은데 이곳에선 무조건 '나인 투 파이브'를 지킨다고 한다. 마가레타 반 덴 보쉬 디자인 고문은 "디자이너에게 가장 중요한 건 여유다. 쫓겨서는 절대로 좋은 디자인을 만들 수 없다"고 단언했다.
H&M은 2004년부터 패션업계 최초로 유명 디자이너나 연예인 등과 콜레보레이션 컬렉션을 진행했다. 필요하면 콤 데 가르숑의 디자인도 사다가 소비자에게 싸게 공급해 좋은 디자인과 패션은 가격의 문제가 아니란 걸 보란 듯이 증명한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 진행된 파리 유명 디자이너 소니아 리키엘과의 속옷 콜레보레이션은 큰 호응을 일으켰다.
매장에선 소비자들이 줄을 섰고 물건들은 나오자 마자 매진됐다. 이달에 여는 소니아 리키엘과의 니트 콜레보레이션에도 기대가 크다. 한국의 명동 매장 오픈 때에도 소니아 리키엘 컬렉션이 들어온다고 한다.
보쉬 고문은 "H&M 디자이너도 훌륭하지만 유명 디자이너와 콜레보레이션을 하는 이유는 새로운 영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런 콜레보레이션 등을 통해 고객에게 H&M 매장에 오면 뭔가 새로운 일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일으킨다"고 했다.
H&M은 환경운동에 동참하기 위해 유기농 면의 사용을 권장한다. 2004년 5톤에서 시작한 유기농 면이 지난해 8,500톤까지 늘었다. 앞으론 매년 50%씩 늘릴 계획이다.
스톡홀름(스웨덴)=이성원 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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