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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스마트폰이 만드는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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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스마트폰이 만드는 미래

입력
2010.02.18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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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형 인간은 아침 일찍 일어나 하루를 준비한다지만, 일상에 치여 사는 평범한 직장인 최 부장에게는 그저 꿈같은 이야기다. 야근에 회식까지 마치고 돌아온 새벽 1시30분. 최 부장은 잠자리에 들기 전 휴대폰을 꺼내 일정을 확인한다. "아침 9시30분 월례보고, 10시30분 팀 미팅, 11시2분 거래처 회의." 11시 2분은 뭐람! 살펴보니 박 차장이 공유 일정으로 보낸 내용이다. 늘 2인자라며 농담 삼아 말하더니 이젠 일정마저 2라는 숫자를 넣었다. 허허허... 참 재미있는 후배다.

스마트해야 살아남는다

이 달 월례보고는 호텔에서 한다는데 세부 일정을 확인해 보니 내비게이션에서 사용할 좌표가 보이고 걸어가면 회사에서 8분 거리란다.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싶으면 링크를 누르라는 안내문이 보인다. 최 부장은 '뛰어가면 몇 분?'이라며 입을 삐죽거렸다. 내가 걷는 속도를 휴대폰이 어떻게 알겠나 싶어 무시하려다 링크를 눌러 보고 깜짝 놀랐다. 어제 걸어 다닌 시간과 평균 속도는 기본이고, 계단을 오르내린 횟수, 엘리베이터 탑승 여부와 뛰어다닌 시간, 거리까지 모두 표시되어 있다. 운동량을 기록하는 응용 소프트웨어(앱)를 무료라기에 다운 받았더니 모든 것을 기록한 모양이다. 왠지 섬뜩한 느낌이다.

스마트폰이 등장한 이후 회사는 직원들에게 더욱 많은 시간 일을 시킬 수 있게 되었다. 전에는 고작해야 이메일로 일정을 통보해주었지만, 이제는 서버에서 휴대폰으로 아예 약속을 잡아 보낸다.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다.

물론 장점도 있다. 수많은 거래처 주소와 전화번호는 알아서 공용주소록에서 업데이트 되어 휴대폰으로 전달된다. "제가 정신이 없어서 잠시 깜박했어요"라던가 "언제 전화번호를 바꾸셨어요? 제게도 알려주시죠"라는 변명은 통할 수 없게 됐다. 어쩌랴! 스마트폰에 맞춰 사용자도 스마트해져야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을.

얼마 전 새로 입사한 김 대리의 생일이 내일이고, 다음달 사업계획 발표가 19일 남았다는 총무부의 사내 알림문이 스마트폰 바탕화면에 함께 떠있다. 한 켠에는 회사 창립 3,000일이라는 표시도 나온다. 기념일 관련 응용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면 개인 기념일부터 회사 창립일까지 자동으로 알아서 스마트폰이 챙겨준다.

통합 메시지 함을 열어보니 읽지 않은 20여 통의 메일이 있다. "아빠 예쁜이에요" 요즘 한창 멋을 내기 시작한 딸이 보낸 셀프 카메라 사진이 들어 있다. 건넌방에서 잠든 딸을 깨워 실물을 볼 수도 있지만, 어설픈 화장을 한 딸의 사진이 지금은 더 예뻐 보인다. 모두 스마트폰의 포토앨범으로 옮겼다. 스마트폰을 쓰고 나서 더 이상 고성능의 디지털 카메라와 전자액자는 있으나마나. 늘 가지고 다니며 사진 찍고 확인하는 휴대폰 만한 건 없으니까.

무궁무진한 잠재력

사진 좀 감상하려는데 갑자기 메신저가 울린다. 생일 축하해달라는 김 대리의 메시지였다. 얼른 베드사이드 모드로 바꿔놓았다. 내일 아침 알람이 울릴 때까지 전화도 메시지도 모두 잠잠할 것이다. 어느새 새벽 2시를 훌쩍 넘겼다. 어서 자야지.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면 실현될 수 있는 생활상이다. 그만큼 스마트폰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여러 가지 디지털 기기를 함축하고 대신할 수 있는 기능이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다. 손안의 컴퓨터(PC)라는 수식어만으로 부족한 스마트폰. 아직은 덜 똑똑한 스마트폰도 많지만 써보면 달라지는 생활을 느낄 수 있다.

곽동수 한국사이버대 컴퓨터정보통신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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