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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불교승가회 대표 법안 스님 "불교계가 요즘 많이 변했다고 하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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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불교승가회 대표 법안 스님 "불교계가 요즘 많이 변했다고 하시는데…"

입력
2010.02.18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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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후 한국 불교는 세속의 시비 분별에서 한 발 비켜 서 있었다. 산시산수시수(山是山水是水ㆍ산은 산 물은 물).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 분별심을 벗어난 원융을 가르쳤다. 그래서 종종 곡해됐다. 권력자에게 불교의 원만한 가르침은 아전인수의 좋은 재료였다. 그런 불교계가 최근 들어 변한 듯 보인다. 갈등의 현장에서 뚜렷한 목소리를 내는 일이 잦아졌다. 사회적 소통과 역할도 부쩍 강조한다.

어떤 발심이 인 것인지, 실천불교승가회 대표 법안(50) 스님을 찾아가 물었다. 그는 종단 내부의 사회적 활동뿐 아니라 근 10년 동안 국가인권위원회, 진실화해위원회 등에서 정재근이라는 속명으로 일하기도 했다. 지난 6일 인권위 위원 임기를 마친 것을 끝으로 이런저런 자리에서 물러나 '삼각산 금선사 주지'로 돌아왔다는 사실이, 이런 의문을 싸들고 불쑥 그를 찾아간 핑계가 돼줬다.

_'불교계가 많이 변했다'는 인식이 적지 않다. 이런 '변화'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연기(緣起)적으로 생각해보자. 세간의 삶과 출세간의 삶은 따로 있지 않다. 동시적인 것이다. 세간이 권위주의적이다가 민주적으로 바뀌었으니, 출세간도 변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스님들의 삶의 빛깔이 세간의 삶에 영향을 주듯이, 세상의 새로운 흐름이 출세간의 성격에도 변화를 준 것이다."

_오히려 과거에 더 적극적인 역할을 했어야 하지 않은가. 민주화 과정에서 불교는 세간의 번뇌와 동떨어져 있었다는 비판도 있다.

"그런 측면이 없지 않다. 당시 큰스님들은 현상에 구체적으로 개입하기보다 현상의 깊숙한 본질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데 익숙했다. '산은 산 물은 물'이라는 성철 스님의 얘기(이 말은 송나라 청원 유신 선사의 말로 성철 스님이 대중화했다)도 실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라는 뜻인데, 권위주의 시대의 사람들은 제멋대로 그 말을 해석했다. 그러나 1980년대부터 불교계에서는 사회의 고통을 껴안으려는 노력이 이미 구체화되고 있었다. 간과해선 안 될 것은, 두문불출 수행하는 것도 사회적 의미를 지닌다는 것이다. 진보에게나 보수에게나, 권력을 가진 자에게나 핍박 받는 자에게나, 진리를 추구하는 흐트러짐 없는 수행자는 존재 자체로 경책이 된다."

_한국 불교의 중심은 화엄과 법화의 사상 아닌가. 잘잘못을 따져 개입하는 것은 분별과 집착을 끊은 자리가 견처(見處ㆍ깨달음)라는 종지와 모순돼 보이는데.

"그렇게 추상적으로 불교를 이해할 필요가 있을까. 화엄의 법계사상, 반야의 공사상… 결국 모두 '나와 네가 둘이 아니다'라는 얘기다. 나 밖의 대상이 고통의 눈물을 흘릴 때 외면하지 않는 것이 부처의 마음이다. 그런 보리심(박애심)이 화엄과 법화, 곧 대승불교의 핵심이다. 과거 불교에 대한 해석이 형이상학적인 측면이 있었다면, 지금은 사물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그런 변화가 요즘 불교계가 사회적 참여에 적극적으로 비쳐지는 한 원인일 것이다."

_불교계가 적극적으로 사회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좋으나, 불교계 또한 사회의 여러 갈등에 함몰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기우일 것이다. 불교의 소통 방편은 화쟁(和諍ㆍ서로를 조화롭게 하는 것), 그리고 중도이기 때문이다. 중도란 좌우의 중간이 아니라 적중(適中), 가장 적합한 것을 의미한다. 가장 합리적인 가치에 따라 원칙대로 가는 것이기 때문에 거기서 오는 갈등은 선의의 갈등이다. 그것은 오히려 우리 사회의 에너지원이 될 것이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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