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동계 올림픽 유치를 놓고 뜨거운 경쟁을 펼쳤던 한국과 러시아의 희비가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극단적으로 엇갈리고 있다. 한국이 축제 분위기인 반면 러시아는 예상 밖의 부진으로 침울한 분위기다.
로이터 통신은 18일(한국시간) 대회 초반 부진으로 러시아의'동계 스포츠 절대 강자'위상이 흔들리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이날 현재 금 1개, 은 1개, 동 1개로 종합순위 11위에 머물고 있다.
이날 남자 스키 크로스 컨트리 스프린트 7.5km에서 니키타 크리우코프와 이반 스코브레프가 금메달과 은메달을 따내기 전까지 5일간 동메달 하나에 그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러시아는 기대하던 바이애슬론, 스키 크로스 컨트리, 피겨, 루지 등에서 메달을 놓쳤다. 특히 절대 강세를 보이던 피겨 스케이팅 페어에서 50년 만에 '노메달' 수모를 당했다. 알렉산더 스에르노프와 유코 카바구티 조가 합계 194.77로 4위에 그친 것. 카바구티가 16일 열린 프리스케이팅 연기 도중 빙판에 넘어지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른 탓이다.
러시아 언론들은 밴쿠버 올림픽을 실패로 단정짓는 분위기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일간지 '코메르산트'는 17일자 스포츠 면에'황금기는 끝났다'는 제하의 기사로 러시아의 밴쿠버 올림픽 위기를 전했다. 타블로이드지 '소비에츠키 스포츠'도 '언제쯤 메달이 나오나?'는 제하의 기사로 러시아 대표팀의 부진을 보도했다. 아울러 이번 대회에서 4개의 금메달을 기대했지만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러시아는 남자 피겨 스케이팅 싱글에서 에브게니 플루셴코가 금메달을 따내며 자존심을 세워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플루셴코는 쇼트 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점수 차가 2위 에반 라이사첵(미국)과 0.55, 3위 다카하시 다이스케(일본)와 0.65에 불과해 금메달을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94년 릴레함메르 올림픽에서 종합 1위를 차지했던 러시아의 몰락은 '화무십일홍'을 실감하게 하는 결과다.
김정민 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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