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엄마가 구정 선물로 받으신 홍삼 엑기스를 내가 가져다 먹고 있다. 면역력이 높아지고 만성 피로에 좋다는 '효능'을 읽고서는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이 이거로구나 싶었다. 홍삼 진액을 처음 먹을 때는 입에 너무 쓴 맛에 따끈한 물을 부어 차로 마셔야 했는데, 몇 날 먹다 보니 차 스푼으로 바로 떠먹어도 괜찮을 만큼 쓴 맛 가운데 숨어있는 단 맛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사무실 앞 고깃집에 새로운 메뉴가 내걸렸다. '인삼 불고기'라는 이름의 불고기는 수삼을 잘박잘박 썰어 양념과 함께 살짝 재웠다가 상에 나온다. 진 육수와 얇게 썬 불고기가 양념과 함께 간간하게 익어갈 때, 테이블에 퍼지는 삼 냄새가 여간 좋은 것이 아니다. 평범한 불고기에 삼 몇 조각 썰어 넣었을 뿐인데 이처럼 인기가 단번에 올라가는 것을 보면, '삼 냄새'는 많은 이들에게 '귀한 냄새', '건강한 냄새', '에너지 향기' 등의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는 것 같다.
내 남편은 가끔씩 '인삼 주스'가 메뉴에 있는 찻집을 찾아간다. 수삼에 미삼 몇 가닥, 우유와 꿀을 넣고 갈아주는 주스인데 다른 생과일 주스보다 보통 이삼 천원이 더 비싸다. 그러니까 아주 가끔만 마신다.
우유가 속에 맞지 않는 이들은 우유의 양을 줄이고 두부를 넣어 갈아서 마시는 방법도 있다는데 나는 삼에다가 또 우유나 두부, 게다가 꿀까지 넣는 것이 영 내키지 않는다. 하나하나가 다 영양 덩어리 들이고 고유의 맛이 있는데 일부러 그 맛과 향기를 다 섞어 먹으려니 안타까워서다. 우유는 우유대로, 두부는 두부대로 마시고 먹고, 대추 넣고 달인 삼물을 마시고 물에 불은 삼은 다시 볕에 말려서 꿀에 찍어 먹거나 하는 방법이 내 스타일이다.
어쨌든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남녀 불문 다 좋아하는 삼을 요리에도 두루 이용하는 중이다. 인삼 불고기를 보고 간장 양념과 삼 냄새가 잘 어울리는 것에 착안, 간장과 참기름으로 드레싱을 만드는 오리엔탈 샐러드에도 촉촉한 수삼을 몇 조각 썰어 넣어 본다. 갈비 양념에 재웠다가 굽는 '갈비 스테이크'에 미삼 가닥을 가니쉬(음식 위에 올리는 장식)로 올리면 구운 고기에서 따끈하게 오르는 김에 삼의 향기가 섞여 외국에서 온 손님들이 좋아한다.
유난히 혹독했던 겨울이 이제는 다했나 하면 또 눈이 오고, 바람이 분다. 혹독했던 겨울이 갈듯 말듯, 어서 만나고 싶은 봄이 올 듯 말 듯 애간장을 태우는 때다. 봄 햇살이 부지런히 오고 있으니 삼 뿌리 나눠먹고 버텨야 한다. 질 좋은 삼을 재배하는 농가나 판매처를 요즘은 인터넷으로 쉽게 찾아볼 수 있으니 가격 비교, 품질 비교는 필수!
박재은 푸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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