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의 고향은 경북 영천이다. 대학까지 대구에서 나와 몸에 밴 사투리만 놓고 보면 방송용으로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재능기부 천사’인 그의 목소리는 시청자의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전 장관이 한 방송국 휴먼다큐 프로그램에서 방송 내용을 설명하는 내레이션을 맡았다. ‘보네이션’(Vonationㆍ목소리 기부)에 동참한 것이다. 작년 3월 첫선을 보인 MBC드라마넷 ‘해바라기’의 목소리 기부에는 지금까지 김미화, 오현경 등 30여 명의 연예인이 참여했는데, 현직 장관은 처음이다.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녹음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특별한 가족이 산다는 바로 그 집. ‘화곡동 7남매’네 주말 풍경은 정말 남다릅니다.” 다둥이 가정인 화곡동 7남매의 삶의 애환을 소개하는 전 장관의 첫 목소리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PD도 만족한 눈치는 아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목소리는 투명해져 갔고, 특유의 억양은 오히려 정감 있게 다가왔다. 가난의 고통이 쏟아지는 장면에서는 전 정관의 안타까운 심정이 고요한 울림으로 퍼져 나왔다.
1시간짜리 프로그램을 보면서 상황에 맞춰 내레이션하는 작업이라 보통 손이 가는 게 아니다. PD의 지시에 따라 대본을 읽으면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다 보니 3시간 가까이 걸렸다. 일단 성공적이다. 문제는 시청률. 전 장관은 혹시라도 자신의 내레이션이 좋지 않아 시청률이 떨어질까 걱정이다. “시청자들이 많이 보고, 모금액도 많이 걷혔으면 좋겠습니다.” 화곡동 7남매 편은 19일 오후 1시에 방송되는데, 프로그램 전후에 ARS 모금이 진행된다.
전 장관은 목소리만 기부하는 게 아니다. 작년 9월부터는 사회복지사를 꿈꾸는 김준호(16)군의 멘토를 자처하고 나서, 복지시설 현장 방문 때엔 김군과 함께 가고, 평소엔 이메일도 주고 받는다. 남몰래 독거노인 돕기 등을 비롯해 무려 20여 곳에 매월 104만5,000원을 기부한다. 장관 시절 전부터 해오던 일이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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