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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올림픽이 밀어낸 세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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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올림픽이 밀어낸 세종시

입력
2010.02.18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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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동계올림픽에서 낭보가 날아들고 있다. 특히 모태범과 이상화의 올림픽 이야기는 감동이 짠하다. 더욱 기쁜 것은 금메달소식에 세종시 기사가 신문의 한 켠으로 묻혔기 때문이다.

잠시 수면아래에 잠겼지만 세종시 때문에 온 나라가 시끄럽다. 정치권은 네댓 무리로 쪼개져서 정부를, 혹은 서로를 공격해대고, 언론이나 시민단체도 찬반으로 편이 갈려서 싸운다. 특히 세종시 발전방안이라는 이름으로 수정안이 발표된 이후 거의 하루도 쉬지 않고 정치권의 싸움질 기사가 신문의 앞면을 장식해왔다. 이런 기사들로 신문을 매일 채울 필요가 있는가라는 자괴감마저 들 정도다.

국가 원로들은 조언이랍시면서 오히려 싸움에 가담하는 형국이고, 전문가들 역시 주관적인 준거를 들이대면서 편가르기에 나서고 있다. 충청도나 세종시와 전혀 관련이 없는 일반 시민들은 이미 세종시 논쟁에 이골이 나있다.

문제는 세종시 논쟁이 해결 가능성이 낮은 극히 낭비적이고 소모적인 것이라는데 있다. 국회, 특히 여당의 구성비율을 보면 뻔하다. 설득도 찬반 의견이 수렴이 될 때 가능하겠지만 지금처럼 여권 두 쪽이 난 상태라면 불가능할 것이다. 이렇다면 이 같은 갈등 국면이 지방자치선거가 있는 올 한해는 물론, 다음 대통령 선거 때까지 지루하게 계속될 수 있다. 도대체 무엇을 위한 갈등과 논쟁이었는지도 가물가물하다.

사실 국민 대부분은 세종시 원안이나 수정안에 별 관심이 없다. 결국 행정도시냐, 경제과학도시냐의 차이 정도로 알고 있다. 이런 도시가 아예 처음부터 없었다 해도 국가 백년대계에 별 영향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행정도시가 된다고 국가 행정 효율이 급격히 떨어질 것도 아니다. 경제과학도시가 되어도 세종시가 포스코가 있는 포항이나, 현대차가 있는 울산처럼 될 리 없다. 끽해야 인구 50만명의 깔끔한 신도시 하나 탄생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끌려들어오고, 온 나라가 두 쪽이 난 채로 치명적인 싸움을 벌일 가치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세종시는 태생부터 매우 정치적이었다. 충청권의 표를 의식한 노무현 정부의 세종시 계획안 출범 이후 헌법재판소의 애매한 판결, 이명박 정부의 세종시 백지화 시도에 이은 수정안 제시에 이르기까지, 험난한 지뢰밭을 걸어온 특이한 사례다.

특히, 세종시 논쟁과정을 보면 우리 국회나 정치권, 시민사회가 여전히 민주주의 훈련이 덜 되어있다는 것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세종시 논쟁을 유리한 쪽으로만 끌고 가려는 각 당이나 정파, 종말이 뻔한데도 수정안을 강행하는 정부. 모두가 대화와 타협, 논의과정을 중시하는 민주주의 절차에 대한 원칙을 잊고 있다.

우리가 세종시라는 신기루를 둘러싸고 이 작은 땅덩어리에서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순간에도 경쟁국들은 앞을 보고 달리고 있다. 더욱이 세종시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세계 도시로 키울 것도 아니다. 정치권의 밥그릇 싸움에 온 나라가 시끄러운 것이 화난다.

시간이 흘러봐야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는 어느 누구도 원안과 수정안중 어느 것이 옳은 것인지 판단할 수 없다. 꼭 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판단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설사 잘못된 정책이라도 결정은 빠를수록 좋다는 것이 정책결정론의 대원칙이다.

조재우 산업부장 josus6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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