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74)가 17일 워싱턴에 도착했다. 다음날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첫 면담을 갖기 위해서다.
중국으로부터 면담을 취소하라는 강력한 항의를 받고 있는 미국은 이날 달라이 라마의 워싱턴 입성에 맞춰 중국측에 다소 상반된 메시지를 전했다. 행정부의 고위 관리는 달라이 라마와 오바마 대통령의 면담이 “사적인 것”이라며 “비공개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뒤틀린 심사를 좀 누그러뜨리겠다는 의사로 보인다. 앞서 백악관은 정치적 상징성이 큰 오벌 오피스(집무실) 대신 접견실인 맵룸에서 면담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국무부 논평은 분위기가 좀 달랐다. 마크 토너 부대변인은 “달라이 라마는 노벨평화상 수상자이며, 국제적으로 존경받는 성직자이자 문화 지도자”라며 “다른 국무장관들이 그랬던 것처럼 힐러리 클린턴 장관도 국무부에서 그를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클린턴 장관은 이전에도 달라이 라마를 만났으며, 다시 만날 기회를 고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무장관이 대통령에 이어 연쇄적으로 달라이 라마와 면담하는 것은 중국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티베트에 대한 미국의 기존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은 중국과 티베트 망명정부가 평화적인 대화를 통해 티베트 자치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중국은 그러나 달라이 라마가 티베트의 분리독립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달라이 라마측은 이번 면담을 티베트 문제를 국제사회에 각인시키는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달라이 라마측의 대 중국 협상창구인 로디 지아리 특사는 “달라이 라마가 오바마 대통령에게 티베트 문제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할 것”이라며 “이는 티베트인과 중국인 모두에게 유익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최대 명절인 춘제 연휴 기간이어서 이날 추가 논평은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미국의 세계 최대 핵추진 항공모함인 ‘니미츠호(CVN 68)’의 홍콩 입항을 허용한 것을 볼 때 달라이 라마 면담 문제를 더 이상 확대하지 않겠다는 것을 시사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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