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친박계 중진인 김무성 의원이 18일 헌법재판소 등 7개 독립기관의 세종시 이전 방안을 타협안으로 제시하자 박근혜 전 대표가 "가치 없는 얘기"라며 즉각 일축함으로써 여권 내부에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이번 일을 통해 박 전 대표는 '나의 세종시 사전에는 타협이 없다'는 점을 더욱 분명하게 드러냈다. 또 계파 좌장 역할을 해온 김 의원의 소신 발언에 박 전 대표가 "친박에는 좌장이 없다"고 언급함으로써 6년 동안 애증의 관계를 맺어온 두 사람이 사실상 결별 수순으로 접어든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김 의원의 절충안 제시 배경에 대해 한 측근은 "세종시 수정 소신을 갖고 있는 김 의원은 정치권의 세종시 갈등을 푸는 동시에 박 전 대표를 위해 '출구'를 마련하는 방안을 고민해 왔다"고 말했다. 이 측근은 이어 "세종시 의총(22일)이 며칠 안 남은 지금이 대안을 제시할 시점이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김 의원의 속내는 매우 복잡했다. 그가 '세종시 원안 고수'가 아닌 입장을 밝히는 것만으로 박 전 대표에게 반기를 드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의식한 듯 김 의원은 이날 소신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도 "관성에 젖어 바로 거부하지 말고 고민해 달라고 박 전 대표에게 부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단칼'에 부정적 입장을 확실히 밝힌 만큼 김 의원의 절충안이 친박계 내에서 더 이상 추동력을 갖기는 어렵게 됐다.
박 전 대표의 반박에 대해 김 의원은 한국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애국심과 우국충정으로 시작한 일이니 포기하지 않겠다"면서 "박 전 대표가 재고해 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박 전 대표의 '좌장'발언 등에 대해선 "이번 일의 본질이 아니니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을 아꼈다.
앞으로 김 의원이 박 전 대표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 김 의원이 제안이 당내의 세종시 논란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등에 정가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몽준 대표는 김 의원의 제안에 대해 "중진 의원이 낸 아이디어이니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중도 성향 일부 의원들도 김 의원의 제안에 관심을 표시했다. 친박계는 외면하더라도 김 의원의 제안은 당내에서 세종시 토론을 활성화하는 한편 타협론을 확산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김 의원은 지난 대선후보 경선 때 박 전 대표 캠프의 조직총괄본부장을 맡는 등 박 전 대표의 핵심 측근 역할을 했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김 의원의 입각 문제와 원내대표 출마 문제 등을 두고 갈등을 빚으며 관계가 어긋난 뒤 좀체 회복되지 못했다.
최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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