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환이었던 내가 입학시험에 붙었을 때 교직원들이 입학금을 모아줬어요. 오늘의 나를 있게 해준 곳인데 나도 이 정도는 해야지."
지청(70) 고려대 경영대학 명예교수는 고려대를 '지기(知己)'라고 부른다. 야간 상고 시절 수업 종을 치는 일로 고려대와 첫 정을 맺은 이래 미국 유학 3년을 제외하곤 고등학교 시절부터 지금까지 반백년을 한결같이 사환으로, 교수로, 이제는 명예교수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그가 17일 신경영관 건립에 보태 써달라며 모교에 발전기금 1억원을 기부했다.
그와 고려대의 인연이 시작된 것은 1955년 덕수상고 야간반에 진학하면서부터다. 14살이던 1년 전 폐결핵으로 아버지를 여의고, 집안형편이 어려워 야간반을 택한 터였다. 그는 학비를 벌기 위해 낮에는 고려대에서 수업 시작과 끝을 알리는 종을 치고 칠판을 정리하는 사환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3년 뒤 그는 내내 동경하고 짝사랑하던 고려대 경영학과에 당당히 입학했다. 지 교수는 "합격소식을 듣고 그 때 교수와 교직원들이 입학금에 보태라며 십시일반 도와주셨다"며 "아직도 그 감동을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1966 ~ 1968년 미국컬럼비아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과정을 마친 그는 1969년 고려대 경영학과 조교수로 부임, 어린 시절 열심히 닦던 칠판 앞에서 분필을 쥐었다. 또 그 시절을 떠올리며 1971년 '덕우장학회'를 만들었다. 덕수상고 출신 학생이 고려대에 진학하면 입학금 전액을 지원하고, 특히 어려운 학생에게는 등록금도 보태줬다. 덕우장학회는 지금도 이어져오고 있다.
1975년 모교에서 대학원 경제학 박사과정을 마친 그는 1994년까지 총무처장과 경영대학장, 경영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1995~1998년 재정경제부 장관자문기구 금융발전심의회 위원장으로 활약하다 2005년부터 다시 경영대학 명예교수로 일하고 있다.
"내가 입학할 당시만 해도 교수가 10명이 채 안 됐고, 학생수도 적었어요. 그 사이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눈부시게 발전한 경영대학의 모습을 보면 정말 뿌듯해요." 그는 보는 사람조차 뿌듯해질 만큼 흡족하게 웃었다.
경영학 교수인 그는 기업의 이윤 극대화를 늘 강의하지만 살아가는 동안 늘 황소처럼 성실하고 꾸준한 모습을 지니라는 당부를 잊지 않는다고 한다. 일에 임하는 자세뿐 아니라 감사와 보답의 신의도 황소처럼 우직하게 지키라는 가르침일 것이다.
이태무 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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