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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고궁박물관, 영친왕비 친필 일기 등 유물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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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고궁박물관, 영친왕비 친필 일기 등 유물 공개

입력
2010.02.18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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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시, …비보(悲報), 생각하지 못한 비보가 내 귀에 울려 퍼졌다. 그것은 경성에 계시는 이태왕(李太王ㆍ고종) 전하께서 뇌일혈로 오전 1시35분에 발병해 오전 7시50분에 중태에 빠지셨다는 보고였다. 아아, 지금까지의 기쁨은 이내 슬픔으로 변했다.”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태자비인 영친왕비(1901~1989)가 1919년 1월 21일에 쓴 일기다. 당시 그는 영친왕(1897~1970)과의 정략결혼을 나흘 앞두고 있었다. 고종황제의 승하로 인해 영친왕 부부는 이듬해 4월에야 결혼식을 올릴 수 있었다.

국립고궁박물관은 18일 영친왕비의 친필 일기 1첩을 비롯해 편지, 엽서, 사진, 다큐멘터리 필름 등 영친왕가 관련 자료들을 공개했다. 이 자료는 2008년 재일동포 하정웅씨가 주일 한국대사관에 기증한 뒤 국립고궁박물관이 보관, 연구해온 700여 점 중 일부다.

영친왕비의 일기는 1919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136일간의 기록이다.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의 설레는 감정과 약혼자 영친왕에 대한 연민, 조선에 대한 호기심 등이 사실적으로 기록돼있다.

편지 39통은 주로 1960년대 덕혜옹주와 영친왕의 환국을 위해 입국 절차를 논의한 것들이다. 순종황제 비인 순정효황후가 1961년 일본에 거주하던 영친왕 부부에게 안부를 물은 친필 한글 편지 등 친지들로부터 받은 안부 편지도 있다. 사진 514매 중에는 1909년 이토 히로부미가 순종을 모시고 서북순행(西北巡行)하는 사진 63매를 비롯해 덕수궁 석조전과 정관헌 내부 등 궁궐을 배경으로 한 사진, 영친왕비 주변 인물 사진 등이 포함돼 있다. 20분 분량의 8㎜ 영화 ‘흐르는 세월’은 1978년 제작된 다큐멘터리로, 영친왕비의 어린 시절부터 노년의 활동 모습까지 두루 담고 있다.

국립고궁박물관은 “대한제국 황실의 역사와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사료들”이라며 “연구 자료로 활용되도록 도록을 발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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