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때문에 사채 1억원을 썼다가 갚지 못한 건물주가 사채 업자에게 시가 60억원짜리 신축 건물을 통째로 빼앗겼다.
전남 목포시에서 부동산 시행업을 하는 이모(36)씨는 지난해 6월 1일 하당지구에 신축 중인 7층짜리 병원 건물 공사비를 마련하지 못해 고민하다 사채 업자 박모(40)씨에게서 1억원을 빌렸다. 당시 이씨는 한 달 후 이자(연리 660%)와 원금을 포함해 1억2,000만원을 갚지 못하면 건물 3개 층의 소유권을 이전해 주기로 하고 박씨에게 백지 매매계약서와 위임장, 인감증명서 등을 줬다. 이씨는 건물이 완공되면 분양을 통해 사채를 쉽게 갚을 수 있을 것으로 믿고 박씨의 부당한 요구를 받아들였다.
이씨는 보름쯤 뒤 건물 준공검사를 받자마자 분양에 나섰지만 생각처럼 분양이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돈을 갚기로 한 날짜를 넘기고 말았다. 이씨가 제때 돈을 갚지 못하자 박씨는 본색을 드러냈다. 변제 기일을 1주일 단위로 연장해 주면서 그때마다 건물 1개 층씩의 담보 제공과 추가 이자 4,000만~5,000만원씩을 갚도록 재계약했다.
재계약 이후에도 경기 침체 탓에 미분양 사태가 계속되면서 이씨의 빚은 두 달새 3억원으로 늘었고, 시가 60억원짜리 건물 소유권도 결국 박씨에게 넘겨주고 말았다. 박씨는 며칠 후 이씨에게 1억원씩 투자했던 고교 동창 등 6명에게 건물 1개 층씩의 소유권을 이전한 뒤 이들과 함께 건물을 담보로 은행으로부터 20억5,000만원을 대출받아 건물 부지에 설정된 근저당권을 풀었다. 광주경찰청 수사2계는 18일 박씨에 대해 사기 등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은행 대출 과정에서 박씨와 고교 동창, 은행 직원 등이 공모한 혐의를 잡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광주= 안경호 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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