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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희 기자의 패션파일] '컨셉트코리아'의 막후… 공짜 점심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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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희 기자의 패션파일] '컨셉트코리아'의 막후… 공짜 점심은 없었다

입력
2010.02.18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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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밤 8시(현지 시간) 미국 뉴욕의 명소인 뉴욕퍼블릭도서관. 한국 디자이너들을 미국 패션시장에 소개하는 컨셉트코리아 행사에 참석한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 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CFDA) 회장은 환영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올해는 여기서 한국 디자이너들을 소개하지만 내년엔 미국디자이너들을 한국에서 소개하게 될 것이다."

한국인들은 재능 있고 부지런하며 자신들보다 훨씬 더 나은 기술을 갖고 있다는(talented, hard-working and much much better in technology) 찬사에 이어진 발언이었다.

뒤를 이어 단상에 오른 유병한 문화관광부 문화콘텐츠산업실장과 이재웅 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장의 축사에도 같은 말이 반복됐다. 두 사람은 "내년엔 미국 패션디자이너들을 한국에 소개하는 기회를 꼭 갖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같은 날 숙소로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운전기사는 "요즘 뉴욕에 오면 대접이 다를걸요"했다. 경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원지이자 최근엔 재정불안까지 겹쳐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콧대 높기로 유명한 뉴욕의 호텔과 레스토랑들이 포린머니(foreign money) 잡기에 열심이라는 소리였다. 아닌 게 아니라 뉴욕의 최대 번화가인 5번가 미드타운에는 군데군데 주인을 찾지 못한 빈 상가가 눈에 띄었고 호텔 도어맨들의 서비스는 송구스러울 정도였다.

미국 패션업계의 번영과 권익추구를 위한 기구인 CFDA가 한국디자이너들의 행사를 후원한 데도 포린머니에 대한 갈급은 한 몫 했다. CFDA의 공식홈페이지에는 컨셉트코리아 행사를 '삼성패션디자인펀드의 지원을 받아' 문광부와 CFDA가 2년간의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명시했다.

삼성가의 차녀 이서현 제일모직 전무가 이번 행사 직전 CFDA 이사회 멤버로 선출됐으며 삼성패션디자인펀드를 제일모직이 운영하고 있는 점, 제일모직의 여성복브랜드 구호가 이번 시즌 뉴욕컬렉션에 진출했다는 점 등에서 삼성그룹의 부(富)와 영향력이 CFDA를 움직이는 한 요소였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현지 업계관계자는 "구호컬렉션 개최와 CFDA의 협력을 끌어내는 과정에 삼성이 상당한 돈을 들였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며 "불황기의 뉴욕 패션계가 엄청난 스폰서를 얻은 셈"이라고 말했다.

시쳇말로 봉이 될 것인가, 봉을 잡을 것인가는 결국 누가 더 패션비즈니스의 냉정한 셈법에 능란한가의 문제다. 패션한류가 CFDA의 이름값에 편승해 미국 시장에 무난한 데뷔전을 치렀다면 반대급부로 미국패션도 컨셉트코리아의 전제조건인 상호교류 원칙에 따라 내년 한국시장에 상륙한다. CFDA는 '이번 파트너십은 미국 디자이너들이 연간 32조원 규모에 달하는 한국 패션시장에서 기회를 잡는 촉매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패션전문지 우먼스웨어데일리는 'CFDA 소속 디자이너들이 내년 숍인숍 형태로 서울에서 선보인다'고 보도했다. 매장은 제일모직이 운영하는 편집숍 10꼬르소꼬모에 들어설 것으로 알려졌다. 기브 앤드 테이크(give & take)는 비즈니스의 기본이지만, 되로 받고 말로 퍼주는 격은 되지 말아야겠다.

이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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