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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다" 만화 주인공들 세상 밖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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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다" 만화 주인공들 세상 밖으로

입력
2010.02.18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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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하니, 주민등록번호: 850101-2079518, 주소: 서울 강동구 성내동 562

이름: 둘리, 주민등록번호: 830422-1185600, 주소: 경기 부천시 원미구 상1동 412의 3

이름: 로보트태권브이, 로봇번호: 760724-R060724, 주소: "국가기밀"(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산업자원부 장관 시절 언급)

30, 40대라면 어렸을 적 한번쯤 주제가를 흥얼거렸을 만화 속 주인공들이 세상 속으로 나올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그저 주민번호를 부여받고 상징거리 하나 만드는 수준이 아니다.

수십m짜리 대형 조형물로 거듭나는가 하면 테마공원이나 박물관도 거느리게 된다. 캐릭터를 관광 자원 삼아 돈도 벌고 명성도 누리려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저마다 명분을 내세워 로봇(태권브이)과 공룡(둘리), 여중생(하니) 등 각양각색 만화 주인공들을 깨우고 있는 것이다.

56m나 되는 태권브이

76년 7월 24일 첫 개봉된 국내 최초 로봇 애니메이션 주인공 '로보트태권브이'는 인천 송도지구(서구 원창동)에 등장한다. 이곳에 개장 예정인 로봇랜드의 터줏대감으로 초빙돼 태권브이타워로 거듭나는 것이다.

태권브이타워는 높이가 무려 56m에 달한다. 타워란 이름이 붙었지만 만화 속 태권브이를 빼쐈다. 머리는 전망대로 쓰이고, 두 눈은 야간에 레이저 빛을 쏴 구석구석을 밝힌다. 태권브이 몸통엔 롤러코스터를 휘감아 색다른 스릴과 재미를 선사할 예정이다. 몸통 안은 캐릭터 상품을 파는 가게와 식당 등 상업 시설로 꾸민다.

로봇랜드는 2012년 하반기에 문을 열 예정이다. 총 사업비만 8,000억원이 소요된다. 76만7,000㎡ 규모에 테마파크와 대규모 상업 시설을 거느리게 된다. ㈜인천로봇랜드 콘텐츠기획팀 이석주 과장은 "태권브이타워는 기본설계에 들어가 내년 말이면 위용을 드러낼 것"이라고 말했다. 태권브이 만화 내용과 놀이 시설을 결합한 탈 것(다크라이더)도 만든다.

하니 마을에 놀러 오세요

85년 1월 1일 어린이 월간지 <보물섬> 을 통해 처음 세상에 얼굴을 내민 '달려라 하니'의 실제 무대는 서울 강동구 성내동. 최근엔 하니테마마을 꾸미기에 여념이 없다. 하니 탄생 이후 사반세기가 지났건만 마을 곳곳엔 하니의 그림자를 엿볼 수 있는 공간들도 여전히 남아있다.

홍두깨 선생님이 자취하던 슈퍼마켓 뒷방은 슈퍼 그대로다. 하니가 속했던 빛나리중 육상부의 실제모델이었던 성내중 육상부도 건재하다. 마당에 대추나무가 있던 하니의 집은 흔적이 사라졌지만 이름을 딴 하니빌라가 대신 서있다. 무엇보다 작가인 이진주 인덕대 교수가 만화 연재 전부터 지금까지 하니의 주민등록상 주소에서 살고 있다.

하니테마마을 중 첫 선을 보인 곳은 성내하니공원(규모 8,900㎡). 원래 근린공원이었는데, 만화장면을 재현한 구조물과 하니 나애리 홍두깨 등 캐릭터 조형물을 설치해 테마공원으로 바꿨다. 강동구는 이 곳에 미니육상트랙과 만화작가, 육상선수를 꿈꾸는 청소년을 위한 공간(하니관) 조성도 검토하고 있다.

6월엔 강동어린이회관 앞에 하니광장이 들어선다. 하니캐릭터와 하니포토존 등을 만들고 다채로운 어린이공연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강동구는 장신구조합 등과 연계해 하니 공동브랜드(캐릭터상품)를 개발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18일 딸(5)과 공원을 찾은 이재두(35)씨는 "얼마 전 TV에서 방영되는 '달려라 하니'를 딸이 보고 있길래 한번 찾아왔는데 어릴 적 기억도 새록새록 나고 딸한테도 재미있는 구경거리를 준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공룡둘리는 박물관으로

국내 만화 캐릭터 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아기공룡 둘리'는 서울 도봉구 쌍문동에 들어설 전용 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다. 4층 규모의 박물관에는 둘리가 태어난 83년 4월22일 이후 연재된 만화와 TV영화 등에 나온 소품과 캐릭터 용품, 관련 소품 등이 모두 모여 있다.

도봉구는 둘리테마존을 만들기 위해 올해부터 전담부서까지 뒀다. 쌍문동 곳곳에 2013년까지 들어설 테마존에는 박물관을 비롯해 미니어처 공원과 포토존, 전망대, 체육관, 애니메이션 상영관 등이 자리한다. 쌍문동은 만화 속 둘리가 살고 있는 '고길동네'가 위치한 동네다.

둘리의 현 주소지인 부천시에도 둘리거리가 있긴 하지만 특색 있는 시설이 전혀 없어 이름뿐이란 지적을 받아왔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있는 부천시는 2007년 둘리를 명예시민으로 임명했다.

도봉구 관계자는 "타당성 조사에서 (쌍문동이) 관광지로서 적합하다는 검증을 받았고 캐릭터 사용협약도 마무리가 됐기 때문에 본격적인 테마존 조성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만화 속에선 인기를 누렸던 주인공들이 현실에선 어떤 평을 받을까.

이태무 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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