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빙상이 연일 기적 같은 쾌거를 이뤄내며 세계 스포츠사의 새 지평을 열고 있다.
한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스타인 이상화(21ㆍ한국체대)는 17일(한국시간) 캐나다 리치몬드 올림픽 오벌에서 열린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결선에서 1, 2차 합계 76초09를 마크, 세계기록 보유자 예니 볼프(31ㆍ독일)를 0.05초차로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전날 모태범(21ㆍ한국체대)이 같은 종목에서 일군 금빛 질주의 감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나온 이상화의 금메달은 여자로서는 아시아 최초다.
한국은 이로써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남녀 스피드스케이팅 500m를 동시 석권한 국가로 세계빙상 역사를 새로 썼다. 스피드스케이팅 500m는 육상의 100m에 해당하는 빙상 스피드 경쟁의 꽃으로, 아시아 선수로는 98년 나가노 대회때 시미즈 히로야스(일본)가 우승한 것이 유일했다.
한국 빙상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스피드스케이팅, 쇼트트랙, 피겨 등 빙상 3개 종목 석권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도전의 대미는 김연아(20ㆍ고려대)가 장식할 전망이다. 이번 동계올림픽 전종목을 통틀어 가장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히는 김연아가 피겨 여자싱글에서 금빛 레이스에 합류할 경우 한국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단일 대회에서 빙상 3개 종목에 걸쳐 고루 금메달을 따낸 나라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미국은 92년 알베르빌 대회와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대회 때 빙상 3개 종목에서 각각 금메달을 획득했다.
한국 빙상이 금빛 사냥을 시작한 것은 92년 알베르빌 대회때 금메달 2개를 획득하면서부터다. 2006년 토리노 대회때까지 한국이 따낸 금메달은 모두 17개. 하지만 모두 쇼트트랙 한 종목에서만 거둔 성과로 지독한 메달 편식이란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그러나 한국이 이번 대회를 통해 빙상 전종목에 걸쳐 금빛 퍼레이드를 펼친다면 진정한 동계 강국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게 된다.
밴쿠버=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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