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질은 뇌의 이상에 의해 발작이 반복되는 상태를 말한다. 대부분 평생 지속되는 만성 간질이 돼 약물치료를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국내 간질환자 수는 30만명 정도로 추정되며, 이들 중 20% 정도가 약물로 발작이 조절되지 않는 난치성 간질이다. 간질 중에서 뇌 측두엽 이상으로 발생하는 간질(측두엽 간질)이 가장 흔하다. 측두엽 간질 환자 가운데 10~20%에서 측두엽의 뇌종양이 발견된다. 이 뇌종양은 천천히 진행되지만, 악성종양으로 돌변할 수 있어 수술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으로 알려져 왔다.
그런데 최근 정천기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팀이 뇌종양으로 생기는 측두엽 간질의 경우 뇌종양을 제거하면 간질이 치료될 수 있다고 발표해 화제다.
정 교수팀은 1995~2006년 뇌종양으로 생기는 측두엽 간질 환자 87명의 수술성적을 분석한 결과, 뇌종양 제거 수술 후 측두엽 간질이 치료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간질 치료율은 수술 1년 후 92%, 2년 후 86%, 5년 후에는 79%를 보였다. 뇌종양 치료율도 수술 1년 후 99%에서 5년 후 90%로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특히 정 교수팀은 뇌종양이 생긴 측두엽을 광범위하게 잘라내던 기존 수술법과 달리 뇌종양만 골라 제거했는데, 이 방법이 많은 환자에서 간질과 뇌종양의 동시 치료가 가능함을 확인했다.
정 교수는 "뇌종양을 완전히 제거하는 수술이 뇌종양으로 생기는 측두엽 간질에서 가장 효과적인 치료전략"이라며 "종양 주변의 정상적인 측두엽 뇌조직을 광범위하게 제거하는 기존 수술법보다 종양을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수술법이 환자의 삶의 질을 유지하는데 더 유리해 보인다"고 말했다.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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