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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선거 여론조사 읽기

입력
2010.02.18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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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동시 지방선거가 6월 2일 실시된다. 100일 남짓 남았는데도 이미 대결구도가 드러났다는 지역도 있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른 것이다. 일부 정당은 도지사 예비후보의 지지도 격차가 큰 지역은 경선을 생략하고 여론조사 등을 통해 공천을 확정하겠다고 한다. 시장ㆍ군수나 도의원, 시ㆍ군의원 후보 추천과 선정에도 여론조사를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한다.

여론조사의 관리ㆍ감독을 위한 법적 정비도 마무리되었다. 2월 15일 발효된 개정 공직선거법은 여론조사 개시 이틀 전까지 선거구선거관리위원회에 관련 내용을 서면으로 신고하도록 했다. 여론조사는 이미 우리 정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더 공명정대한 다른 방법이 등장하지 않는 한 여론조사는 지속적으로 활용될 것이다. 따라서 여론조사를 읽는 안목을 높일 필요가 있다. 궁극적인 감시자는 법규정이 아니라 국민이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결과를 볼 때는 첫째, 무엇을 질문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얼마 전 세종시 관련 여론조사 결과가 들쭉날쭉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원안과 수정안 중 어느 쪽이 낫다고 보십니까?"와 "수정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는 다른 질문이다. 이 두 가지 질문을 통해 동일하게'수정안 지지 몇 %'라는 제목이 나오더라도 다른 조사 결과임을 알아챌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

선거 여론조사에서도 특정 후보가 '낫다'는 것과'지지'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의미일 수 있다. 보통은 두 조사를 동일하게 비교하여 '지지도 몇%' 식으로 보도하지만, 정확한 질문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 둘째, 표본오차를 고려해야 한다. 많은 선거조사 보도의 오류가 여기에서 출발한다. 대개 1,000명을 조사하면 95% 신뢰수준에서 최대 ±3.1% 포인트의 표본오차를 허용한다. 조사에서 35%의 선호를 받은 후보는 통계적으로 31.9%~38.1% 선호를 받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결국 35%를 획득한 후보와 32%를 얻은 후보는 통계적으로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많은 보도가 "○○○후보 35%로 선두" 등의 제목을 달고 나온다. 여론조사 결과는 확인할 사항이 많지만, 이 두 가지만 제대로 살펴도 잘못된 결과 해석에 휘둘리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 끝으로, ARS(자동응답전화조사)의 문제점이 늘 논란된다. ARS에 응답할 정도로 정치에 관심이 높은 유권자는 실제 투표장에 나갈 확률이 높기 때문에 조사결과를 신뢰할 수 있다는 견해가 있는가 하면, 누가 응답하는지 알 수 없어 조작될 가능성이 많다는 주장까지 다양하다. 아직은 정통 조사기법으로 인정받는다고 하기 어려우나, 활용 가능성은 열린 마음으로 더 연구할 필요가 있다. 물론 ARS도 누가 의뢰하여 누가 진행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질문하는지 확인하는 유권자의 자세가 중요하다.

여론조사 설문과 결과의 조작 가능성을 의심할 수 있다. 그러나 1,000명 대상 조사에 설문 면접원을 포함하여 내부 직원 50명 가량이 관여하고 있다. 또 많은 국민이 여론조사 결과를 꼼꼼히 들여다본다. 조사업체 내부적으로 엉터리 조사에 대한 비밀 유지가 불가능하고 국민도 쉽게 알아챌 것이다. 공신력 있는 조사기관에서 여론 조작에 가담하는 것이 불가능한 이유이다.

지방선거가 끝날 때까지 많은 여론조사가 진행될 것이다. 조사 의뢰자의 겸허한 마음, 조사업체의 객관적 업무수행, 언론의 공정한 보도와 더불어 무엇보다 국민의 열린 안목과 관심이 필요하다.

김진호 KORA(한국조사협회) 회장·동서리서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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